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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감수

말 그대로  풀어 보면, 십 년이나  수명이 줄었다는 뜻으로 매우  놀랐을
때 쓰는 말이지요.
  구한말 고종 황제  때 유성기가 왕실에 처음 들어왔어요. 유성기는  오디
오의 할아버지뻘 되는 기계로,  미국의 에디슨이 발명한 녹음기예요. 이 기
계를 처음 본 고종 황제는 매우 신기하게 여겼어요.
  "음.... 이 기계에서 정말 소리가 난단 말이지?"
  "예, 그렇사옵니다.... 폐하!"
  "허, 거참.... 괴이한지고. 여봐라, 누가 가서 얼른 박춘재를 데려 오너라!"
  박춘재는 당시 소문난  명창이었어요. 고종 황제는 그를 불러 이  기계가
정말 소리를 내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폐하, 부르셨습니까."
  "오, 어서 오시오.  이게 바로 이번에 서양에서 가져온  소리나는 기계요.
어서, 여기에 대고 노래를 불러 보시오."
  "예에? 기계에 대고 노래를 부르라구요?"
  박춘재가 머뭇거리자, 고종 황제는 다시 한 번 재촉했어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 한 곡조 해 보시오."
  박춘재는 도통 입이 안 떨어졌지만 황제의 명을 거역할 수가 없었어요.
  마침내 박춘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을 뽑았어
요.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 찬 자리에...."
  처음엔 어색하던 것이 가락이 깊어 갈수록 절로 흥이 나 단숨에 한 곡조
를 마쳤어요.
  "자, 그럼 춘재의 노래가 끝났으니 어서 기계를 돌려 보시오!"
  고종 황제는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를 재촉했어요. 기술자가  기계를 만지
작거리자 드디어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모두들 유성기 소리에 귀를  기
울였어요. 신기하게도 유성기에서는  방금 불렀던 노랫소리가 똑같이  흘러
나왔어요.
  "허허, 기이한 일이로고!"
  고종 황제는 눈이  휘둥그래졌어요. 고종 황제뿐 아니라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사람들 모두 깜짝 놀라 까무러칠 뻔했어요.
  "아...아니, 이...이럴 수가! 내 목소리가 저...저 기계에서 나오다니!"
  그 때 박춘재의 놀란 모습을 지켜 보던 고종 황제가 입을 열었어요.
  "춘재, 그대의 수명이 십 년은 줄었겠소(십년 감수)."
  고종 황제는 박춘재의 혼이 녹음기에 빼앗겨서 십 년쯤 수명이 줄었겠다
고 생각한 거지요. 이 때부터 '십년 감수'란 말이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