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는 중국 송나라의 훌륭한 학자예요.
훗날 사람들은 주희를 높이 기리어 '주자'라 부르며 공자, 맹자의 뒤를
잇는 유교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았지요. 그가 집대성한 성리학은 조성 500
년 통치의 바탕이 되는 등 우리 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쳤어요.
어느 날 주희는 형을 앉혀 놓고 방바닥에 콩과 보리를 주르르 쏟았어요.
주희와 달리 주희의 형은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모자랐어요.
"형님, 잘 보십시오. 요렇게 크고 둥들둥글하게 생긴 게 콩이란 말입니
다."
주희는 콩을 들고 자세히 설명했어요. 형은 질질 흐르는 콧물을 훌쩍이
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어요.
"아니.... 그건 보리 아닌가?"
주희는 답답했지만 형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어요. 주희가 이번에는 보
리를 들고 찬찬히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어요.
"형님, 이게 보리입니다. 보세요. 콩보다 작고, 생긴 것도 콩은 동글동글
한데 보이는 납작하죠."
주희는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콩과 보리를 설명했어요. 콩과 보리를 번
갈아 가며 한참 뚫어지게 쳐다보던 형은 그제야 구별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음, 이제 알았어. 둥글고 큰 것이 콩이고, 약간 납작하고 작은 것이 보
리지?"
"예, 형님 맞습니다."
주희는 가르친 보람이 있자 마음이 흐뭇했어요.
다음 날이었어요. 주희가 형에게 부탁했어요.
"형님, 창고에서 콩 좀 꺼내다 주실래요?"
형은 얼른 창고로 들어가 주희가 얘기한걸 부대째 가져왔어요. 그런데
부대를 들여다본 주희는 할 말을 잊고 말았어요.
"형님...!"
"아니, 뭐가 잘못된 거야?"
"어제 그렇게 얘기해 주었는데도.... 형님, 이건 보리잖아요, 보리!"
형은 무안을 당하자 얼굴이 새빨개졌어요.
한자 숙어에 '숙맥 불변'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
한다는 뜻이지요. 여기서 콩과 보리를 한자말로 하면 '숙맥'이에요. 즉 주희
의 형처럼 콩과 보리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켜 숙
맥이라고 해요.
요즘에는 이 말을 서로 친숙한 사람끼리 애정이 깃든 핀잔으로 쓰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