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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악 복용법

  배고픔과 약고픔-복용 시간 엄수! 

  식사 시간이 가까워 오거나 식사 시간을 놓치고 한 끼를 굶으면 우리 몸은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 배고픔이란 무엇인가? 음식을 먹고 싶도록 만드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빨리 채워 달라는 아주 효능 좋은 감응기이다. 
  식사를 거르면 단순히 배만 고픈 것이 아니라 기운이 없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체질의 사람도 있는데,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혈액 속의 에너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항상성'이라고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낮은 것은 높이고 높은 것은
내리고 또한 많은 것은 버리고 모자라는 것은 채워서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데, 배고픔을 느끼는 것은 항상성에서 우리 몸에 가장 필요한
조건인 에너지를 조달하기 위한 신호 체계인 것이다.
  이러한 배고픔에 비유하여 우리 몸의 아픈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이 정
기적으로 공급되지 않아 치료에 차질이 생기는 현상은 약고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이다. 환자가 약을 정해진 시간에 꼬박꼬박 사용하지 않으면 약고픔으로 인해 혈액 속
의 병과 싸울 수 있는 약물이 유효농도 이하로 떨어져 다 죽어 가던 병원균이나 독물
이 전세를 가다듬어 다시 극성을 부리게 된다.
  그런데 우리 몸의 신호 체계는 배고픈 것과는 달리 약 고픈 것에 대해서 민첩하게
작동하지는 않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정해진 시간을 챙겨서 약을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 다. 왜냐하면 먹는 것은 이 지구 위에 생존하는 모든 생명체에 공통적으로 존재하
는 본능인 반면, 약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소산이기 때문이
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질병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의 방어력만을 이용할 뿐이다.
물론 우리 인간도 원래는 고유한 방어력으로만 질병을 이겨 왔다. 즉 병원균이나 독물
의 침입을 받았을 때 휴식을 취하고 음식을 조심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체내 방어력이 그것을 이기도록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고도로 발달한 첨단 과학의 시대이므로 우리가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
는 방어력이 빨리 병원균을 이기고 원래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의약품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그 사용을 적당히 그리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해서는 안 된다.
  정해진 시간을 엄수하여 약고프지 않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빨리 약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약과 물-한 잔 가득 마시자 

  우리들이 약을 사용하는 가장 흔한 형태는 먹는 약이다. 약을 먹을 때는 반드시 물
로 복용하게 되는데, 이때 물은 단순히 약을 삼키기 위한 존재만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물이 약을 삼키는 데 이용될 뿐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가끔씩 물 없이 약 먹는 것을 무슨 묘기라도 되는 듯이 자랑하면서 맨 입에 알
약을 넣고는 꼴깍 하고 삼키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또한 그러한 '묘기'를 보는 사람도
그것을 별로 제지하는 경우가 없으니, 약에게 있어서 물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약이 원래 목적한 치료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복용한 약이 예정된 도착 부위(대
부분은 소장이고 드물게 위나 대장)에서 잘 녹아서, 혈액 속으로 빨리 흡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 흡수된 약은 원형 그대로가 아니라 화학 반응을 통해서 치료에 꼭 필요한
형태로 변하게 된다. 이때 물은 복용한 약이 체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여러 단계를 목적한 바대로 통과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작용
한다.
  먼저, 약의 용해는 우리가 설탕물 녹일 때와 마찬가지이다. 즉 똑 같은 설탕이라도
적은 양의 물에서보다 많은 양의 물에서 잘 녹는 것처럼 같은 약을 먹더라도 겨우 삼
킬 수 있을 정도의 물보다는 한 잔 가득히 물을 마시는 것이 뱃속에 들어간 약이 잘
녹도록 하는 비결인 것이다.
  둘째, 흡수를 생각해 보면 마치 우리가 좁은 문이나 외나무 다리를 통과할 때와 같
은 이치로 작용한다. 즉 좁은 문이나 외나무 다리를 쉽게 통과하기 위해서는 함께 가
던 사람과 붙잡고 있는 손이나 팔장을 풀어야 되는 것처럼, 약도 소화관에 나 있는 좁
은 구멍과 혈관으로 들어갈 좁은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크기가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최소한의 크기는 농도가 낮을수록, 다시 말해 같은 약이라도 많은 물
과 함께 복용한 쪽이 훨씬 잘게 나누어져 약이 소화관이나 혈관에 난 미세한 구멍으로
스며들기 쉽다(분자형으로 흡수되기 쉬운 형태로 되어 있다).
  물을 조금만 마시면 녹기도 어렵지만 녹은 약 분자가 두세 개씩 아니면 그 이상씩
뭉쳐 있기 때문에 흡수가 원활하지 않다. 따라서 같은 약을 먹더라도 겨우 삼킬 수 있
을 정도의 물보다는 한 잔 가득히 물을 마시는 것이 뱃속에 들어간 약이 잘 녹고 잘
흡수되도록 하는 비결인 것이다.
  셋째, 화학 반응을 생각해 보자. 복용한 약은 용해되고 흡수되고 난 뒤에 그대로 질
병 치료에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화학 변화를 일으켜 몸에 맞는 형태로 다
시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때 물은 또 한 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즉 약이 체
내에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화학 반응이나 대사 반응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
과정에는 반드시 물이 관여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물의 역할은 비단 약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모든 화학 반응에
도 적용된다. 설사가 심하게 일어났거나 사막 같은 곳에서 물을 마시지 못한 사람들에
게 탈수현상이 나타나면 생명까지도 위협을 받게 되는 이유는 우리 몸 속에서 꼭 필요
한 각종 대사 반응이 물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약에게 물은 없어서는 안 되는 동반자이며 물이 함께 함으로써 비로소 고유
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약을 내복하는 형태로 투여하는 경우에는 그 효
능이 약 30% 정도로 떨어져 버리기 때문에 정해진 대로 물을 많이 보충해서 소화관에
서 확실히 녹이고 흡수를 빨리 하고 또한 효력을 높이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물의 온도는 체온과 비슷한 온도가 좋고, 같은 약이라도 규정량을 한 번에
다 복용하는 것이 좋다.
 

  약과 음식 

  #1 식사 시간과 약 복용 시간의 함수관계 

  많은 환자들이 약을 복용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의 유형이 있다. 하나는 자신이 사
용해야 하는 약을 아주 정성 들여, 시간을 꼭꼭 맞추고, 사용량을 엄격하게 지키고,
효과에 대한 점검도 아주 세심하게 하는 유형이다. 또 하나는 아마도 대부분 이 유형
에 들어갈 것 같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건망증 때문에 약 먹는 것을 깜박 잊어
버리기 일쑤이며, 더구나 식사를 제때에 하지 못하여 약을 못 먹었다고 변명하는 경우
도 있다. 여러분은 어느 유형에 속하는가?
  우리가 병원이나 약국을 통해서 구입한 약에는 복용 시간에 대한 규정이 있다. 일반
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시기는 식후 30분의 규정이 가장 많다 또한 약에 따라서는 식전
이나 식간(이것은 식사와 식사사이 즉 공복시와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등의 복
용 규정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식사를 기준으로 복용 시간을 규정하는 이유는 아주
바빠서 또는 체중조절을 위해 또는 종교적인 문제로 식사를 거르는 사람을 제외한 대
부분의 사람에게 식사 간격이 대략 5~6시간으로 일정한데, 그 시간 간격은 약물이 우
리 몸 안에 들어가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한 조건이 되는 혈중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
킬 수 있는 간격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식후 30분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우선 식사와 약 복용을 연관시
켜 잊어버리지 않도록 한다는 점이 있고(식전이나 식간의 규정은 잊어 버려서 잘 지켜
지지 않는다), 또 식사 후 30분 경에 소화액이 가장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수하게 약의 흡수라는 측면만을 생각한다면 이 식후 30 분의 규정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복용하는 대부분의 약은 우리의 뱃속이 비어 있을
때 혈관으로 훨씬 빨리 그리고 많이 흡수되기 때문이다. 즉 약이 녹아서 분자가 되었
을 때 당시의 소화관내에 음식물이 많이 있으면 그 중의 단백질과 결합하게 되는데,
그렇게 된 약은 무효화되어서 배설되어 버리기 때문에 결합할 단백질이 없는 공복의
상태가 약의 흡수에 유리하다.

  #2 뱃속의 음식량이 약의 흡수를 좌우한다

   공복상태가 흡수에 유리한 약은 약물이 음식물의 흡수율을 떨어뜨리는 것과 음식물
의 흡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있다.
  먼저 흡수율에 관계된 약의 예를 들어 보면 항생제인 페니실린, 암피실린, 테트라사
이클린, 리팜피신과 해열 진통제인 아스피린 등이 있다. 이러한 약들을 식사한 후 배
부른 상태에서 복용하면 공복시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했을 때보다 훨씬 적은 양(약 5
0% 정도) 밖에 흡수되지 않는다.
  또한 흡수 속도에 관계된 약의 예를 들어보면 항생제인 아목시실린, 세팔렉신, 설파
제, 해열 진통제인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이뇨제인 푸로세미드(상품명:라식스),
그리고 칼륨 등이 있다. 이러 한 약들은 배부른 상태에서 복용하면 공복시에 복용했을
때에 비해 흡수율이 그리 낮지는 않지만 혈중 최고 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2 시간 가
량 늦어진다. 즉 서서히 흡수되어 서서히 배설되는 약이다. 이렇게 흡수 속도가 늦어
지면 효과가 떨어지는 약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약도 있다.
  이상과 같이 음식이 흡수에 방해가 되는 약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음식과 함께 복용
하는 것이 흡수에 도움이 되는 약도 있다.
  무좀약으로 쓰이는 그리세오풀빈과 이트라코나졸, 그리고 비타민 B2, 우울증치료제
인 리튬 등의 약은 공복시에 복용하는 것보다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이
러한 약들은 다른 대부분의 약이 물에 잘 녹는 것(수용성)과는 달리 지방에 잘 녹는다
(지용성). 따라서 식사와 함께 복용하면 음식 중의 지방분에 녹아들어서 흡수되기 때
문에 식사와 함께 복용하면 흡수가 좋아진다. 또한 물로 삼키는 것보다 지방이 많은
우유로 삼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
  한편 비타민 B2(혈액 중에 지방이 많을 때 그 대사를 개선시키는 작용을 하고, 결핍
되면 각종 피부병을 일으키는 비타민)는 수용성이 지만 공복일 때보다 식사와 함께 복
용하는 것이 흡수가 잘 된다. 이 비타민 B2는 뱃속에 들어가서 용해된 후 소장 전체를
통해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소장의 어느 한정된 장소에서만 흡수된다. 따라서 음식
물과 함께 복용하면 음식물 때문에 흡수 부위를 천천히 통과하게 되어서 흡수가 잘 된
다.
  이렇게 소화관내에 음식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흡수가 달라지는 약과는 달리 음식
물로 인해 흡수가 변하지 않는 약도 있다. 소위 오이씨약이라고 하면서 신경통약으로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사용하는 프레드니솔론(상품명 루비코트), 천식약 테오필린,
심장약 디곡신 등이 그러한 약들이다.
  전체적으로 이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음식물과 같이 복용하면 흡수에 불리한 약이 가
장 많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들이 흔히 취하고 있는 식후 30분의 규정은 언뜻 불합리한 것
도 같다. 그러나 약은 흡수를 따지기 이전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 중요한 요건이
된다. 따라서 흡수에 좀 불리하더라도 소화액이 가장 많이 분비되고 또한 약이 통과하
는 부위 즉 위장이나 소장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음식물과 섞여서 직접 소화관 벽을
자극하기 힘들다) 식후 30분의 규정은 계속 지켜질 것이다.
  아스피린 한 알을 공복에 복용한 후 위협착증을 일으켜 평생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여러분 중에도 소화제 없이 항생제나 진통제 같은 약을 복용한
후 소화불량이나 위염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소화관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유산균제제나 한방 과립제 그리고 위액을 제
거시키기 위해 복용하는 제산제 같은 약은 공복시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편 뱃속의 음식량에 의해 흡수가 좌우되지 않는 인체공학적 제형의 약을 개발하기
위해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와 연구소가 지금 한창 땀을 흘리고 있다. 일명 'drug deli
very systein' 즉 '약 배달 체계'라고 일컬어지는 연구이다. 그러한 연구가 훌륭한 결
실을 맺는 날을 기대해 보자.

성공적인 악 복용법

배고픔과 약고픔-복용 시간 엄수!
  식사 시간이 가까워 오거나 식사 시간을 놓치고 한 끼를 굶으면 우리 몸은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 배고픔이란 무엇인가? 음식을 먹고 싶도록 만드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빨리 채워 달라는 아주 효능 좋은 감응기이다.
  식사를 거르면 단순히 배만 고픈 것이 아니라 기운이 없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체질의 사람도 있는데,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혈액 속의 에너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항상성'이라고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낮은 것은 높이고 높은 것은
내리고 또한 많은 것은 버리고 모자라는 것은 채워서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데, 배고픔을 느끼는 것은 항상성에서 우리 몸에 가장 필요한
조건인 에너지를 조달하기 위한 신호 체계인 것이다.
  이러한 배고픔에 비유하여 우리 몸의 아픈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이 정
기적으로 공급되지 않아 치료에 차질이 생기는 현상은 약고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이다. 환자가 약을 정해진 시간에 꼬박꼬박 사용하지 않으면 약고픔으로 인해 혈액 속
의 병과 싸울 수 있는 약물이 유효농도 이하로 떨어져 다 죽어 가던 병원균이나 독물
이 전세를 가다듬어 다시 극성을 부리게 된다.
  그런데 우리 몸의 신호 체계는 배고픈 것과는 달리 약 고픈 것에 대해서 민첩하게
작동하지는 않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정해진 시간을 챙겨서 약을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 다. 왜냐하면 먹는 것은 이 지구 위에 생존하는 모든 생명체에 공통적으로 존재하
는 본능인 반면, 약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소산이기 때문이
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질병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의 방어력만을 이용할 뿐이다.
물론 우리 인간도 원래는 고유한 방어력으로만 질병을 이겨 왔다. 즉 병원균이나 독물
의 침입을 받았을 때 휴식을 취하고 음식을 조심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체내 방어력이 그것을 이기도록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고도로 발달한 첨단 과학의 시대이므로 우리가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
는 방어력이 빨리 병원균을 이기고 원래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의약품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그 사용을 적당히 그리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해서는 안 된다.
  정해진 시간을 엄수하여 약고프지 않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빨리 약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약과 물-한 잔 가득 마시자
  우리들이 약을 사용하는 가장 흔한 형태는 먹는 약이다. 약을 먹을 때는 반드시 물
로 복용하게 되는데, 이때 물은 단순히 약을 삼키기 위한 존재만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물이 약을 삼키는 데 이용될 뿐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가끔씩 물 없이 약 먹는 것을 무슨 묘기라도 되는 듯이 자랑하면서 맨 입에 알
약을 넣고는 꼴깍 하고 삼키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또한 그러한 '묘기'를 보는 사람도
그것을 별로 제지하는 경우가 없으니, 약에게 있어서 물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약이 원래 목적한 치료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복용한 약이 예정된 도착 부위(대
부분은 소장이고 드물게 위나 대장)에서 잘 녹아서, 혈액 속으로 빨리 흡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 흡수된 약은 원형 그대로가 아니라 화학 반응을 통해서 치료에 꼭 필요한
형태로 변하게 된다. 이때 물은 복용한 약이 체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여러 단계를 목적한 바대로 통과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작용
한다.
  먼저, 약의 용해는 우리가 설탕물 녹일 때와 마찬가지이다. 즉 똑 같은 설탕이라도
적은 양의 물에서보다 많은 양의 물에서 잘 녹는 것처럼 같은 약을 먹더라도 겨우 삼
킬 수 있을 정도의 물보다는 한 잔 가득히 물을 마시는 것이 뱃속에 들어간 약이 잘
녹도록 하는 비결인 것이다.
  둘째, 흡수를 생각해 보면 마치 우리가 좁은 문이나 외나무 다리를 통과할 때와 같
은 이치로 작용한다. 즉 좁은 문이나 외나무 다리를 쉽게 통과하기 위해서는 함께 가
던 사람과 붙잡고 있는 손이나 팔장을 풀어야 되는 것처럼, 약도 소화관에 나 있는 좁
은 구멍과 혈관으로 들어갈 좁은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크기가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최소한의 크기는 농도가 낮을수록, 다시 말해 같은 약이라도 많은 물
과 함께 복용한 쪽이 훨씬 잘게 나누어져 약이 소화관이나 혈관에 난 미세한 구멍으로
스며들기 쉽다(분자형으로 흡수되기 쉬운 형태로 되어 있다).
  물을 조금만 마시면 녹기도 어렵지만 녹은 약 분자가 두세 개씩 아니면 그 이상씩
뭉쳐 있기 때문에 흡수가 원활하지 않다. 따라서 같은 약을 먹더라도 겨우 삼킬 수 있
을 정도의 물보다는 한 잔 가득히 물을 마시는 것이 뱃속에 들어간 약이 잘 녹고 잘
흡수되도록 하는 비결인 것이다.
  셋째, 화학 반응을 생각해 보자. 복용한 약은 용해되고 흡수되고 난 뒤에 그대로 질
병 치료에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화학 변화를 일으켜 몸에 맞는 형태로 다
시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때 물은 또 한 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즉 약이 체
내에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화학 반응이나 대사 반응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
과정에는 반드시 물이 관여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물의 역할은 비단 약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모든 화학 반응에
도 적용된다. 설사가 심하게 일어났거나 사막 같은 곳에서 물을 마시지 못한 사람들에
게 탈수현상이 나타나면 생명까지도 위협을 받게 되는 이유는 우리 몸 속에서 꼭 필요
한 각종 대사 반응이 물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약에게 물은 없어서는 안 되는 동반자이며 물이 함께 함으로써 비로소 고유
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약을 내복하는 형태로 투여하는 경우에는 그 효
능이 약 30% 정도로 떨어져 버리기 때문에 정해진 대로 물을 많이 보충해서 소화관에
서 확실히 녹이고 흡수를 빨리 하고 또한 효력을 높이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물의 온도는 체온과 비슷한 온도가 좋고, 같은 약이라도 규정량을 한 번에
다 복용하는 것이 좋다.

  약과 음식
  #1 식사 시간과 약 복용 시간의 함수관계
  많은 환자들이 약을 복용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의 유형이 있다. 하나는 자신이 사
용해야 하는 약을 아주 정성 들여, 시간을 꼭꼭 맞추고, 사용량을 엄격하게 지키고,
효과에 대한 점검도 아주 세심하게 하는 유형이다. 또 하나는 아마도 대부분 이 유형
에 들어갈 것 같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건망증 때문에 약 먹는 것을 깜박 잊어
버리기 일쑤이며, 더구나 식사를 제때에 하지 못하여 약을 못 먹었다고 변명하는 경우
도 있다. 여러분은 어느 유형에 속하는가?
  우리가 병원이나 약국을 통해서 구입한 약에는 복용 시간에 대한 규정이 있다. 일반
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시기는 식후 30분의 규정이 가장 많다 또한 약에 따라서는 식전
이나 식간(이것은 식사와 식사사이 즉 공복시와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등의 복
용 규정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식사를 기준으로 복용 시간을 규정하는 이유는 아주
바빠서 또는 체중조절을 위해 또는 종교적인 문제로 식사를 거르는 사람을 제외한 대
부분의 사람에게 식사 간격이 대략 5~6시간으로 일정한데, 그 시간 간격은 약물이 우
리 몸 안에 들어가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한 조건이 되는 혈중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
킬 수 있는 간격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식후 30분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우선 식사와 약 복용을 연관시
켜 잊어버리지 않도록 한다는 점이 있고(식전이나 식간의 규정은 잊어 버려서 잘 지켜
지지 않는다), 또 식사 후 30분 경에 소화액이 가장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수하게 약의 흡수라는 측면만을 생각한다면 이 식후 30 분의 규정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복용하는 대부분의 약은 우리의 뱃속이 비어 있을
때 혈관으로 훨씬 빨리 그리고 많이 흡수되기 때문이다. 즉 약이 녹아서 분자가 되었
을 때 당시의 소화관내에 음식물이 많이 있으면 그 중의 단백질과 결합하게 되는데,
그렇게 된 약은 무효화되어서 배설되어 버리기 때문에 결합할 단백질이 없는 공복의
상태가 약의 흡수에 유리하다.
  #2 뱃속의 음식량이 약의 흡수를 좌우한다
   공복상태가 흡수에 유리한 약은 약물이 음식물의 흡수율을 떨어뜨리는 것과 음식물
의 흡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있다.
  먼저 흡수율에 관계된 약의 예를 들어 보면 항생제인 페니실린, 암피실린, 테트라사
이클린, 리팜피신과 해열 진통제인 아스피린 등이 있다. 이러한 약들을 식사한 후 배
부른 상태에서 복용하면 공복시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했을 때보다 훨씬 적은 양(약 5
0% 정도) 밖에 흡수되지 않는다.
  또한 흡수 속도에 관계된 약의 예를 들어보면 항생제인 아목시실린, 세팔렉신, 설파
제, 해열 진통제인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이뇨제인 푸로세미드(상품명:라식스),
그리고 칼륨 등이 있다. 이러 한 약들은 배부른 상태에서 복용하면 공복시에 복용했을
때에 비해 흡수율이 그리 낮지는 않지만 혈중 최고 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2 시간 가
량 늦어진다. 즉 서서히 흡수되어 서서히 배설되는 약이다. 이렇게 흡수 속도가 늦어
지면 효과가 떨어지는 약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약도 있다.
  이상과 같이 음식이 흡수에 방해가 되는 약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음식과 함께 복용
하는 것이 흡수에 도움이 되는 약도 있다.
  무좀약으로 쓰이는 그리세오풀빈과 이트라코나졸, 그리고 비타민 B2, 우울증치료제
인 리튬 등의 약은 공복시에 복용하는 것보다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이
러한 약들은 다른 대부분의 약이 물에 잘 녹는 것(수용성)과는 달리 지방에 잘 녹는다
(지용성). 따라서 식사와 함께 복용하면 음식 중의 지방분에 녹아들어서 흡수되기 때
문에 식사와 함께 복용하면 흡수가 좋아진다. 또한 물로 삼키는 것보다 지방이 많은
우유로 삼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
  한편 비타민 B2(혈액 중에 지방이 많을 때 그 대사를 개선시키는 작용을 하고, 결핍
되면 각종 피부병을 일으키는 비타민)는 수용성이 지만 공복일 때보다 식사와 함께 복
용하는 것이 흡수가 잘 된다. 이 비타민 B2는 뱃속에 들어가서 용해된 후 소장 전체를
통해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소장의 어느 한정된 장소에서만 흡수된다. 따라서 음식
물과 함께 복용하면 음식물 때문에 흡수 부위를 천천히 통과하게 되어서 흡수가 잘 된
다.
  이렇게 소화관내에 음식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흡수가 달라지는 약과는 달리 음식
물로 인해 흡수가 변하지 않는 약도 있다. 소위 오이씨약이라고 하면서 신경통약으로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사용하는 프레드니솔론(상품명 루비코트), 천식약 테오필린,
심장약 디곡신 등이 그러한 약들이다.
  전체적으로 이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음식물과 같이 복용하면 흡수에 불리한 약이 가
장 많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들이 흔히 취하고 있는 식후 30분의 규정은 언뜻 불합리한 것
도 같다. 그러나 약은 흡수를 따지기 이전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 중요한 요건이
된다. 따라서 흡수에 좀 불리하더라도 소화액이 가장 많이 분비되고 또한 약이 통과하
는 부위 즉 위장이나 소장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음식물과 섞여서 직접 소화관 벽을
자극하기 힘들다) 식후 30분의 규정은 계속 지켜질 것이다.
  아스피린 한 알을 공복에 복용한 후 위협착증을 일으켜 평생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여러분 중에도 소화제 없이 항생제나 진통제 같은 약을 복용한
후 소화불량이나 위염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소화관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유산균제제나 한방 과립제 그리고 위액을 제
거시키기 위해 복용하는 제산제 같은 약은 공복시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편 뱃속의 음식량에 의해 흡수가 좌우되지 않는 인체공학적 제형의 약을 개발하기
위해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와 연구소가 지금 한창 땀을 흘리고 있다. 일명 'drug deli
very systein' 즉 '약 배달 체계'라고 일컬어지는 연구이다. 그러한 연구가 훌륭한 결
실을 맺는 날을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