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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비약을 잘 사용하는 법

  아이들의 병은 밤에 잘 찾아온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힘든 때는 애들이 아플 때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애들에게 병이 생기면 부모는 당황하여 병원을 찾게 된다.
  그런데 아이들은 낮에는 잘 뛰어 놀고 잘 먹고 하다가도 잠을 자야 할 밤이 되어서,
또는 자다가 깨어서 아프다고 울고 보채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낮에는 노느라고 정
신이 팔려 아픈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놀이가 다 끝난 밤이 되면 그제서야
아픔을 느끼고 통증을 호소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밤이 되면 기온과 습도가 변하기 때문에 기침이나 콧물 같은 호흡기 질
환이나, 체온이 높아지고 통증이 커지는 염증성 질환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신체 생리적으로도 혈액순환이나 기타 모든 기능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낮에 비해 피로
가 쌓이는 밤에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병원균이 낮에 침입하더라도 그 증후와 증
상은 밤에 발생하기 쉽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어른에게도 마찬가지이며 특히 노인들
은 야간 발병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밤에 가족들이 아플 때 위급한 경우는 당연히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되겠지
만, 그렇다고 콧물이나 기침 또는 근육통 정도로 응급실을 찾기는 어렵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집집마다 상비약통을 설치하고 그 속에 다음과 같은 약들을 항상 비치해 두
면, 갑자기 찾아와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질병에 대비할 수 있다.
  #1 발열시의 해열 진통제
  #2 통증이 일어났을 때의 진통제
  #3 복통이 일어났을 때의 진통제
  #4구토증이 일어났을 때의 제토제
  #5설사가 일어났을 때의 지사제
  #6변비가 심한 경우의 완하제
  #7감기가 들었을 때의 감기약
  #8소화가 안 될 때의 소화 효소제
  #9속이 쓰릴 때의 제산제
  #1 0어깨결림이 심할 때의 근이완제
  #1 1출혈이 있을 때의 지혈제
  #1 2어지러울 때 진정시키는 안정제
  #1 3잠들지 못할 경우의 수면제
  #1 4협심증 등 흉통 동계에 쓰는 강심제
  #1 5구내염에 대한 도포제
  #1 6근육통 등 통증에 쓰는 파스제
  #1 7피부 가려움증에 쓰는 연고제
  욕심을 부리면 끝이 없겠지만 이 가운데에서 몇 가지 종류 정도를 선택해서 준비해
두면 일단 유사시에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외상이나 화상 등을 고려하여 소독약, 반창고, 밴드, 붕대, 탈지면,
바셀린 등과 여름에는 살충제 등을 준비하면 안심이 될 것이다. 또한 의료보조기구로
서 체온계, 핀셋, 가위 등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각종 비타민이 포함되어 있는 영양제나 요즘 특히 많이들 사
용하고 있는 약물 유형의 건강보조식품도 상비약의 범주에 들어간다.

  상비약을 잘 사용하는 법

  좀 우습게 들리겠지만 상비약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잘 사용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그만큼 가족이 아프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니까. 즉 상비약은 반드시 사용하기 위
해서라기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유사시를 대비한 일종의 가벼운 질병 보험이라고 생
각하는 것이 좋겠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하물며 제 돈 들여 사다 놓은 상
비약은 얼마나 아깝겠는가마는, 상비약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사용법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약국에서 상비약으로 사 가는 의약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약 중
하나는 소화제이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 돌아오면 집집마다 빠짐없이 준비해 놓
는데, 마시는 소화제를 사 가는 주부들의 한결같은 걱정은 '식구들이 마시는 소화제를
오며 가며 한 병씩 음료수 마시듯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상비약의 가장 큰 문제
점은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오.남용하기 쉽다는 것인데, 우리들
이 의약품의 오.남용에서 벗어나 상비약을 부작용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
은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

  #1 설명서를 잘 읽자 

  약국에서 의약품을 구입하는 사람들 중 몇몇은 그 자리에서 약 포장지와 함께 설명
서를 꺼내 읽지도 않고 휴지통에 넣어 버린다. 여러분은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우리 나라 의약품의 설명서는 한마디로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따라서 웬만
한 사람들은 자세하게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도 않을 뿐 아니라, 때로는 자세하게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의약품 설명서가 전문가를 대
상으로 하여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 외국에서는 컬러 화보를 곁들여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의약 품 설명서가 선보이
고 있다고 하니, 외제 의약품 수입 잘 하는 우리 나라 제약회사들도 곧 시도하리라고
기대해 보지만, 그때까지 설명서가 어렵다고 내팽개칠 것이 아니라, 의약품을 구입한
약국에서 약 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그 내용을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설명서를 보면 붉은 글씨로 많은 내용이 씌어 있는데, 그것은 모두 그 약품의 부작
용에 관한 내용이다. 부작용이 하도 많아 그것들 만 보면 의약품을 사용하기가 겁나지
만 자세히 읽어 보면 소수의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므로 자신에게 그 내용이 해당되
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이용하면, 그다지 두려워할 것은 없다.
  자동차 사고가 겁난다고 걸어만 다닐 것인가, 전자파의 유해가 겁난다고 TV를 안 볼
것인가? 의약품은 인간 수명 연장에 가장 중요한 몫을 해 왔을 정도로 꼭 필요한 문명
의 이기이며 무조건 피할 것도 아니고 무턱대고 사용할 것도 아닌, 의사와 약사의 올
바른 조 언과 환자나 소비자의 현명한 사용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되는 생활 필수품이
다.

  설명서를 읽으면서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적응증-한 가지 약이라도 그 적용 범위는 다양하므로,
  사용량-약에 따라 사용량이 다르고 나이에 따라 사용량이 다르므로,
  사용 간격 -최고의 효과를 위해서는 사용 간격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사용 규정 -식전이나 식후 또는 식간의 규정을 지키는 것은 효과를 높이므로,
  유효 기간-유효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떨어지거나 독성이 생기므로, 
  보관 방법 -보관 방법에 따라 효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부작용-갑자기 발생하는 쇼크 등을 대비하여,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자, 설명서를... '이라는 노래라도 만들어 불러
야겠다.

  #2 상비약 보관은 자물쇠로 

  일단 준비한 상비약은 구급약통에 넣고 반드시 자물쇠로 잠궈야 한다. 물론 상비약
이 아니라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 계속 사용하고 있는 약도 함께 넣어야 한다. 특히 어
린이가 있는 집에서는 훨씬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갓 기어다니거나 걸음마를 시
작 한 어린이들은 그들의 호기심을 발동한 물건에 대해서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재빠르게 다가가서 손에 쥐고, 일단은 입에 넣는다.
  "우리 애가 시럽 반 병을 다 마셨는데 어떻게 해요?" 하면서 거의 울음 섞인 목소리
로 약국에 전화를 한 엄마들에게 대처 방법을 일러 주면서도, 답답하기 짝이 없게 느
껴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한 3~6세의 유치원 다닐 나이의 어린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인 소꼽장난 중 하
나가 병원이나 약국 놀이인데, 구급약통에 자물쇠가 잠궈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른
이 별다른 참견을 하지 않는 다면 상비약은 소꼽장난의 소재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되지 않겠는가?
  상비약은 사용할 때나 사용하지 않을 때나 항상 요주의 대상이다.

  #3 갑자기 찾아온 두 가지 증상-가장 괴로운 증상에 대한 약부터 사용하자 

  예를 들어 밤중에 갑자기 열이 나고 기침이 심해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해열제와
진해제를 한꺼번에 먹어도 될 것인가? 아니면 하나씩 따로따로 먹어야 할 것인가?
  이럴 때의 원칙은 약을 사용해야 하는 증상과 괴로움이 무엇인가를 충분히 확인해서
가장 괴로움이 큰 증상에 대한 약을 우선 사용하고, 증상의 개선상태를 확인한 다음에
(적어도 30분에서 한 시간의 간격을 둔 후에) 또 하나의 증상에 대응하는 약을 사용하
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이다.
  상비약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약을 사용할 때 한꺼번에 또 중복하여 종류가 다른 두
가지의 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 원칙이다.

  #4 용도가 상반되는 약은 동시에 복용하지 말자 

  부득이하게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해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구역질이 나면서 배
가 아플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는지? 아마도 대부분 제토제와 진경제를 한꺼번에 복
용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제토제는 위장의 움직임을 왕성하게 하는 성질의 약이고, 진경제는 위장의
과열된 움직임을 막고자 하는 약이므로 이 둘을 동시에 복용하게 되면 서로 효과가 상
실되어 효과가 작아지게 된다. 즉 제토제의 영향이 크면 진경의 목적은 충분히 이루지
못하게 되어 계속해서 복통으로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원래 복통을 가라앉힌다는 것은 아픔 그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그렇게 할 수
있는 약은 없다), 복부장기의 부조화를 어떻게든 정지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움직임을 활성화시키는 약 (유동을 촉진하는 진토제)이 함께 사용되어 긴장감을 더하
게 되면 고통을 가중시킨다.
  이와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두 가지 이상의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
다. 왜냐하면 용도가 서로 상반되는 약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가장 괴로운 증상부터 먼저 해결할 수 있도록 약을 선택하는 것이
원칙이다.

  #5유효 기간이 지난 약을 아까워하지 말자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무엇이든 버리는 것을 아까워하였다. 구멍 난 양말은 전구를
끼워서 기워 신었고, 어른 옷은 아이 옷으로, 아이 옷은 행주나 걸레로 이용하는 등
입을거리에 대한 절약 정신과 이에 못지않게 먹을거리에 대한 애착도 강하였다. 먹다
남은 밥은 쪄 먹고, 볶아 먹고, 죽 끓여 먹고 그러다가 상한 밥마저도 물에 몇 번이고
씻어서 먹고, 도저히 먹지 못할 정도로 상한 밥은 풀 쑤어서 옷에다 입혔다.
  지난 3~40년 동안 우리 나라의 경제는 많이 발전하였고 생활도 풍요로워져서 그러한
옛날 어머니들의 절약 정신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아직도 약국을 찾는 환자 중 주
부들의 소화불량이나 식중독 등은 식구들이 남긴 음식이 아까워서 다 먹어 치운 후유
증으로 인한 경우가 더러 있다(대부분 약간 이상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냥 먹었다고들
한다).
  그런데 아무리 절약 정신도 좋지만 상한 음식 버리지 않고 아끼려다 탈이 나서, 몸
축나고,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보게 된다면 절약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낭비가 아니겠는
가? 유효 기간이 지난 약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유효 기간이 지난 약은 두 가지로 나
뉜다. 마치 음식이 시간이 지나면 상하지는 않고 말라 버려 못 먹게 되는 것이 있는
것처럼 약에도 상하지는 않고 효력만 떨어지는 것이 있다.
  또한 음식이 상하면 독성이 생기는 것처럼 변질되는 약도 있어서 예기치 않는 부작
용을 일으키는 것도 있다(오래 되어 변질된 테트라 사이클린으로 파코니증후군이라는
병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구분은 약사와 같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
으므로 유효 기간을 넘긴 약은 아까워하지 말고 버리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유효 기한이 다가온 약이나 눈으로 보아 변질이 명백한 경우는
일찌감치 교환해 두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상비약에 대한 여러 규칙을 잘 지킨다면 여러분은 상비약에 대해서 이
미 반 약사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비약을 잘 사용하는 법

아이들의 병은 밤에 잘 찾아온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힘든 때는 애들이 아플 때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애들에게 병이 생기면 부모는 당황하여 병원을 찾게 된다.
  그런데 아이들은 낮에는 잘 뛰어 놀고 잘 먹고 하다가도 잠을 자야 할 밤이 되어서,
또는 자다가 깨어서 아프다고 울고 보채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낮에는 노느라고 정
신이 팔려 아픈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놀이가 다 끝난 밤이 되면 그제서야
아픔을 느끼고 통증을 호소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밤이 되면 기온과 습도가 변하기 때문에 기침이나 콧물 같은 호흡기 질
환이나, 체온이 높아지고 통증이 커지는 염증성 질환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신체 생리적으로도 혈액순환이나 기타 모든 기능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낮에 비해 피로
가 쌓이는 밤에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병원균이 낮에 침입하더라도 그 증후와 증
상은 밤에 발생하기 쉽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어른에게도 마찬가지이며 특히 노인들
은 야간 발병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밤에 가족들이 아플 때 위급한 경우는 당연히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되겠지
만, 그렇다고 콧물이나 기침 또는 근육통 정도로 응급실을 찾기는 어렵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집집마다 상비약통을 설치하고 그 속에 다음과 같은 약들을 항상 비치해 두
면, 갑자기 찾아와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질병에 대비할 수 있다.
  #1 발열시의 해열 진통제
  #2 통증이 일어났을 때의 진통제
  #3 복통이 일어났을 때의 진통제
  #4구토증이 일어났을 때의 제토제
  #5설사가 일어났을 때의 지사제
  #6변비가 심한 경우의 완하제
  #7감기가 들었을 때의 감기약
  #8소화가 안 될 때의 소화 효소제
  #9속이 쓰릴 때의 제산제
  #1 0어깨결림이 심할 때의 근이완제
  #1 1출혈이 있을 때의 지혈제
  #1 2어지러울 때 진정시키는 안정제
  #1 3잠들지 못할 경우의 수면제
  #1 4협심증 등 흉통 동계에 쓰는 강심제
  #1 5구내염에 대한 도포제
  #1 6근육통 등 통증에 쓰는 파스제
  #1 7피부 가려움증에 쓰는 연고제
  욕심을 부리면 끝이 없겠지만 이 가운데에서 몇 가지 종류 정도를 선택해서 준비해
두면 일단 유사시에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외상이나 화상 등을 고려하여 소독약, 반창고, 밴드, 붕대, 탈지면,
바셀린 등과 여름에는 살충제 등을 준비하면 안심이 될 것이다. 또한 의료보조기구로
서 체온계, 핀셋, 가위 등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각종 비타민이 포함되어 있는 영양제나 요즘 특히 많이들 사
용하고 있는 약물 유형의 건강보조식품도 상비약의 범주에 들어간다.

  상비약을 잘 사용하는 법
  좀 우습게 들리겠지만 상비약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잘 사용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그만큼 가족이 아프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니까. 즉 상비약은 반드시 사용하기 위
해서라기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유사시를 대비한 일종의 가벼운 질병 보험이라고 생
각하는 것이 좋겠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하물며 제 돈 들여 사다 놓은 상
비약은 얼마나 아깝겠는가마는, 상비약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사용법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약국에서 상비약으로 사 가는 의약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약 중
하나는 소화제이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 돌아오면 집집마다 빠짐없이 준비해 놓
는데, 마시는 소화제를 사 가는 주부들의 한결같은 걱정은 '식구들이 마시는 소화제를
오며 가며 한 병씩 음료수 마시듯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상비약의 가장 큰 문제
점은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오.남용하기 쉽다는 것인데, 우리들
이 의약품의 오.남용에서 벗어나 상비약을 부작용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
은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
  #1 설명서를 잘 읽자
  약국에서 의약품을 구입하는 사람들 중 몇몇은 그 자리에서 약 포장지와 함께 설명
서를 꺼내 읽지도 않고 휴지통에 넣어 버린다. 여러분은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우리 나라 의약품의 설명서는 한마디로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따라서 웬만
한 사람들은 자세하게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도 않을 뿐 아니라, 때로는 자세하게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의약품 설명서가 전문가를 대
상으로 하여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 외국에서는 컬러 화보를 곁들여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의약 품 설명서가 선보이
고 있다고 하니, 외제 의약품 수입 잘 하는 우리 나라 제약회사들도 곧 시도하리라고
기대해 보지만, 그때까지 설명서가 어렵다고 내팽개칠 것이 아니라, 의약품을 구입한
약국에서 약 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그 내용을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설명서를 보면 붉은 글씨로 많은 내용이 씌어 있는데, 그것은 모두 그 약품의 부작
용에 관한 내용이다. 부작용이 하도 많아 그것들 만 보면 의약품을 사용하기가 겁나지
만 자세히 읽어 보면 소수의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므로 자신에게 그 내용이 해당되
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이용하면, 그다지 두려워할 것은 없다.
  자동차 사고가 겁난다고 걸어만 다닐 것인가, 전자파의 유해가 겁난다고 TV를 안 볼
것인가? 의약품은 인간 수명 연장에 가장 중요한 몫을 해 왔을 정도로 꼭 필요한 문명
의 이기이며 무조건 피할 것도 아니고 무턱대고 사용할 것도 아닌, 의사와 약사의 올
바른 조 언과 환자나 소비자의 현명한 사용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되는 생활 필수품이
다.
  설명서를 읽으면서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적응증-한 가지 약이라도 그 적용 범위는 다양하므로,
  사용량-약에 따라 사용량이 다르고 나이에 따라 사용량이 다르므로,
  사용 간격 -최고의 효과를 위해서는 사용 간격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사용 규정 -식전이나 식후 또는 식간의 규정을 지키는 것은 효과를 높이므로,
  유효 기간-유효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떨어지거나 독성이 생기므로,
  보관 방법 -보관 방법에 따라 효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부작용-갑자기 발생하는 쇼크 등을 대비하여,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자, 설명서를... '이라는 노래라도 만들어 불러
야겠다.
  #2 상비약 보관은 자물쇠로
  일단 준비한 상비약은 구급약통에 넣고 반드시 자물쇠로 잠궈야 한다. 물론 상비약
이 아니라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 계속 사용하고 있는 약도 함께 넣어야 한다. 특히 어
린이가 있는 집에서는 훨씬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갓 기어다니거나 걸음마를 시
작 한 어린이들은 그들의 호기심을 발동한 물건에 대해서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재빠르게 다가가서 손에 쥐고, 일단은 입에 넣는다.
  "우리 애가 시럽 반 병을 다 마셨는데 어떻게 해요?" 하면서 거의 울음 섞인 목소리
로 약국에 전화를 한 엄마들에게 대처 방법을 일러 주면서도, 답답하기 짝이 없게 느
껴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한 3~6세의 유치원 다닐 나이의 어린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인 소꼽장난 중 하
나가 병원이나 약국 놀이인데, 구급약통에 자물쇠가 잠궈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른
이 별다른 참견을 하지 않는 다면 상비약은 소꼽장난의 소재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되지 않겠는가?
  상비약은 사용할 때나 사용하지 않을 때나 항상 요주의 대상이다.
  #3 갑자기 찾아온 두 가지 증상-가장 괴로운 증상에 대한 약부터 사용하자
  예를 들어 밤중에 갑자기 열이 나고 기침이 심해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해열제와
진해제를 한꺼번에 먹어도 될 것인가? 아니면 하나씩 따로따로 먹어야 할 것인가?
  이럴 때의 원칙은 약을 사용해야 하는 증상과 괴로움이 무엇인가를 충분히 확인해서
가장 괴로움이 큰 증상에 대한 약을 우선 사용하고, 증상의 개선상태를 확인한 다음에
(적어도 30분에서 한 시간의 간격을 둔 후에) 또 하나의 증상에 대응하는 약을 사용하
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이다.
  상비약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약을 사용할 때 한꺼번에 또 중복하여 종류가 다른 두
가지의 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 원칙이다.
  #4 용도가 상반되는 약은 동시에 복용하지 말자
  부득이하게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해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구역질이 나면서 배
가 아플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는지? 아마도 대부분 제토제와 진경제를 한꺼번에 복
용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제토제는 위장의 움직임을 왕성하게 하는 성질의 약이고, 진경제는 위장의
과열된 움직임을 막고자 하는 약이므로 이 둘을 동시에 복용하게 되면 서로 효과가 상
실되어 효과가 작아지게 된다. 즉 제토제의 영향이 크면 진경의 목적은 충분히 이루지
못하게 되어 계속해서 복통으로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원래 복통을 가라앉힌다는 것은 아픔 그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그렇게 할 수
있는 약은 없다), 복부장기의 부조화를 어떻게든 정지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움직임을 활성화시키는 약 (유동을 촉진하는 진토제)이 함께 사용되어 긴장감을 더하
게 되면 고통을 가중시킨다.
  이와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두 가지 이상의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
다. 왜냐하면 용도가 서로 상반되는 약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가장 괴로운 증상부터 먼저 해결할 수 있도록 약을 선택하는 것이
원칙이다.
  #5유효 기간이 지난 약을 아까워하지 말자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무엇이든 버리는 것을 아까워하였다. 구멍 난 양말은 전구를
끼워서 기워 신었고, 어른 옷은 아이 옷으로, 아이 옷은 행주나 걸레로 이용하는 등
입을거리에 대한 절약 정신과 이에 못지않게 먹을거리에 대한 애착도 강하였다. 먹다
남은 밥은 쪄 먹고, 볶아 먹고, 죽 끓여 먹고 그러다가 상한 밥마저도 물에 몇 번이고
씻어서 먹고, 도저히 먹지 못할 정도로 상한 밥은 풀 쑤어서 옷에다 입혔다.
  지난 3~40년 동안 우리 나라의 경제는 많이 발전하였고 생활도 풍요로워져서 그러한
옛날 어머니들의 절약 정신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아직도 약국을 찾는 환자 중 주
부들의 소화불량이나 식중독 등은 식구들이 남긴 음식이 아까워서 다 먹어 치운 후유
증으로 인한 경우가 더러 있다(대부분 약간 이상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냥 먹었다고들
한다).
  그런데 아무리 절약 정신도 좋지만 상한 음식 버리지 않고 아끼려다 탈이 나서, 몸
축나고,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보게 된다면 절약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낭비가 아니겠는
가? 유효 기간이 지난 약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유효 기간이 지난 약은 두 가지로 나
뉜다. 마치 음식이 시간이 지나면 상하지는 않고 말라 버려 못 먹게 되는 것이 있는
것처럼 약에도 상하지는 않고 효력만 떨어지는 것이 있다.
  또한 음식이 상하면 독성이 생기는 것처럼 변질되는 약도 있어서 예기치 않는 부작
용을 일으키는 것도 있다(오래 되어 변질된 테트라 사이클린으로 파코니증후군이라는
병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구분은 약사와 같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
으므로 유효 기간을 넘긴 약은 아까워하지 말고 버리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유효 기한이 다가온 약이나 눈으로 보아 변질이 명백한 경우는
일찌감치 교환해 두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상비약에 대한 여러 규칙을 잘 지킨다면 여러분은 상비약에 대해서 이
미 반 약사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