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초가란 사방에 초나라의 노래가 가득하다는 뜻으로, 주위에 온통
자기를 노리는 사람이 들끓고 있을 때 쓰는 말이에요.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이 천하를 다투고 있을 때의 이야기예요.
역발산 기개세, 즉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세는 세상을 덮을 만하다는
초패왕 항우도 어느덧 싸움에 패하고 쫓기는 신세가 되었어요.
"항우를 잡아라!"
항우는 여러 날 쫓기기를 계속하다가, 결국 유방이 이끄는 한나라 군사
들에게 완전히 포위되고 말았어요.
"이제 적들은 독 안에 든 쥐다. 총공격하라!"
한나라 군사들은 맹렬한 기세로 공격을 퍼부었어요. 하지만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어요. 비록 항우가 궁지에 몰려 있긴 하지만 워낙 용맹이 뛰어
났기 때문에 쉽게 굴복시킬 수가 없었던 거지요.
싸움이 오래 계속되자 어느 날 한나라 최고의 지략가인 장량이 유방에게
말했어요.
"항우는 힘을 잃긴 했지만 얕잡아 볼 인물이 절대 아닙니다. 무조건 공
격만 할 것이 아니라 달리 작전을 세워야겠습니다."
"무슨 좋은 계략이라도 있소?"
"지금 초나라 병사들은 오랜 싸움에 지쳐 있고, 멀리 있는 가족과 고향
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초나라의 노래를 밤마다 들려주면 초나
라 병사들이 그 구슬픈 곡조를 듣고 고향 생각에 젖어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음.... 그것 참 좋은 생각이오!"
그 날 밤부터 매일같이 초나라의 노랫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어요,
어느 날 이 소리를 들은 항우는 크게 놀라며 군사들에게 물었어요.
"아니, 이게 도대체 누가 부르는 노래냐?"
"한나라가 계략을 쓴 듯합니다. 한나라에 항복한 우리 초나라 병사들을
시켜서 노래를 부르게 하고 있습니다."
항우는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어요.
"아, 한나라에 항복한 초나라의 병사들이 저렇게 많단 말인가! 저 소리에
또 우리 병사들의 마음이 흔들리겠지.... 저 구슬픈 노랫소리가 백만 대군보
다 더 무섭구나."
오랜 싸움에 지쳐 있던 초나라 군사들은 노래를 듣자 온몸에 힘이 쭉 빠
졌어요. 모두들 고향 생각에 눈물을 주르르 흘렸어요.
"아, 고향에 두고 온 아내와 자식들이 보고 싶구나. 늙으신 부모님은 잘
계시는지.... 흐윽!"
초나라 군사들은 싸울 의욕을 잊은 채 하나둘씩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결국 항우는 이 싸움에서 크게 패하고 마지막까지 쫓기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