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다 죽게 되어 있다. 스스로 목숨을 절단하는
자살자를 제외하곤 모든 인간은 스스로 죽음의 순간이나 죽는 방법을
선택할 여지가 없다. 예견된 죽음도 있지만 어느날 돌연이 이승을
하직한 사람도 많다.
인간은 죽음의 순간, 죽어가는 모습까지도 타인의 평가를 받는다.
어차피 죽는다면 누군들 멋있게 죽고 싶지 않겠는가? 태어남이
그러듯이 죽음도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죽었는지(How)? 왜 죽었는지(Why)? 언제 죽었는지(When)?
결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 3W가 사자(死者)의 삶을 평가하는데
결정적인 기준이 되는 일이 많다.
안중근 의사의 역사적인 죽음을 남아에겐 죽음의 정형이라고들 한다.
죽는 순간까지 조국과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며 의연하게 순국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군인의 전사는 호국을 위한 죽음으로 칭송되며,
공무원이 공무수행 도중 갑자기 사망하면 순직이라고 치켜세운다.
반면, 십수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연명하던 사람의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드라마틱한 죽음이 아니다. 아마도
시원섭섭한 죽음이기 때문이다. 고령의 노인이 자연사하면
호상이라고들 한다.
그런가 하면 평소에 흉악한 짓을 밥먹듯 하던 사람도 죽는 순간,
죽음의 계기가 정의로운 것이 었다면 생전의 허물이 감춰지고
아름다운 죽음으로 승화,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반면에
생전에 의로운 일을 하다가도 막상 못된 짓 하다 죽은 사람은
사람들의 동정마저 모을 수 없다. 살아 생전에 쌓아올렸던 긍정적인
평가가 죽는 그 순간의 3W가 삶의 족적을 크게 변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죽음의 순간에 있어 3W는 중요다. 하지만 죽는
일이 어디 뜻대로 되는 것인가?
살고 죽는 일은 정말 마음대로 되는게 아닌가 보다. 연극이나 영화,
TV 드라마에서 극적 효과를 가미한 여유있는 죽음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실제 죽음에선 그저 속수무책일 따름이다.
그게 인간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운(死運), 복(死福)이라는
것도 타고난다고 했다. 공익이나 의로운 일을 하다 맞이한 죽음은
자랑스러운 죽음, 떳떳한 죽음이요, 끈끈한 정을 주던 사람의 죽음은
눈시울 적시는 애틋한 죽음이다. 지겹고 피곤하게 살다 당한 죽음은
그저 그런 무미한 죽음이며 철천지 한맺힌 사람의 죽음은 막힌
체증이 트이는 것 같은 시원한 죽음이다. 사자와 생자의 인간관계가
사자의 죽음에 대한 느낌의 색깔을 달리하기도 한다.
문제는 누가 봐도 떳떳하지 못한 치욕의 죽음이다. 죽는 순간의
상황이나 죽음의 원인이 윤리적 상궤를 한참 벗어난 경우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복상사이다. 하필이면 여자의 배 위에서 그 짓을
하다가 죽다니...... 그것도 아내 아닌 다른 여자의 배위에서...... 그러나
죽은 사람도 다른 여자의 배 위에서 죽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을
것이다.
복상사란 성행위가 유인이 되어 성행위 도중이나 성교 후에 일어난
내인적(內因的) 급사를 말한다. 이와같은 성교사는 벌써 2천년 전의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결코 드믈지 아니한 인간 죽음의 한
형태이다.
영어의 'sweet death', 'saddle death'는 말안장을 타고 맞이한
달콤한 죽음(甘死)이라는 장난기 담긴 속어일 것이다. 중국에선 이런
죽음을 색풍(色風)이라고 한다. 성교 도중 급사하면 상마풍(上馬風),
성행위 수료 후의 사망을 하마풍(下馬風)이라고 표현한다.
옛날에 비해 돌연사가 훨씬 많아졌다. 바로 엊저녁까지 함께 술을
마시고 헤어진 친구가 이튿날 아침, 유명을 달리했다는 부음을 전해
듣는 일도 없지 않다.
복상사도 돌연사의 일종이다. 돌연사는 대개 기존의 심혈관계 질병이
어느 순간에 악화되어 일어난다. 평소에 증상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심혈관 질환의 소유자가 심한 충격이나 스트레스, 육체적 피로, 또는
흥분 상태에 의해 심혈관 질환이 순간적으로 악화되면 심근경색이나
뇌일혈등을 야기, 급사할 수 있다.
실제로 남자가 사정할 때 느끼는 오르가즘의 순간에 혈압이
상승하고 맥박이 빨라지는 생리반응은 잘 알려져 있다. 돌연사하는
시점이나 상황이 특히 섹스와 관련될 때, 그것을 따로 복상사라고
한다. 애정사(愛情死), 방사사(房事死), 쾌락사(快樂死), 극락사(極樂死)
등 갖가지 시샘하고 비꼬는 투의 속어로도 불리운다.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빈번하고 성교 도중보다 섹스가 끝난 후, 몇
시간이 지난 시점, 대개 수면 중에 사망하는 일이 많다. 복상사의
상대는 아내보다 혼외여인이 많고 복상사의 장소는 대개 자택이 아닌
다른 장소이다.
혼외여인과의 섹스는 부정한 행위라는 정신적 부담이 있고
육체적으로 무리를 하는 경향이 있다. 아내와의 방사보다 더욱
격렬하고 더욱 커다란 성적 흥분, 그리고 색다른 쾌감에 몰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복상사가 반드시 부정한 섹스의 결과는
아니다.
자택에서 아내와의 편안한 섹스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다. 음주
상태로 귀가한 후, 아내와 일합을 벌인 다음 취한 수면중에 조용히
가는 돌연사도 복상사의 범주에 포함된다.
계절적으론 겨울철이 가장 많다. 아마도 겨울철이 심혈관에 더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423명의 돌연사 가운데 5명(1%)이 복상사였다고
할 만큼 복상사는 그렇게 드물지 않은 현상이다. 다만 복상사에 대한
소문이 어쩌다 간혹 가십 정도로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유족이
입을 굳게 봉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