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룡
경상의대 정형외과
흔히들 보행기를 타면 아이의 발육이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아이의 성장발육과정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면
보행기를 태우는 시기를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다.
정형외과 외래를 보다 보면 젊은 엄마들이 12개월 미만의 아기를 데리고 와서
보행기를 언제부터 태우는 것이 좋은가를 많이 질문한다. 요즘 세상에는 모든
운동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하여 목도 못가누는 아기를 보행기에 태우고
이리저리 다니는 엄마도 있다.
아기들의 성장발육을 보면 생후 3--4개월에 목을 가누고, 4--5개월에 다리에
힘을 줄 수있으므로 보행기를 태우기를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리로
보행기를 밀 수 있는 힘은 생후 7개월이 되어서야 생기므로 보행기 태우기를
권장할 만한 시기는 생후7개월이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정상적인 아이에서 보행기를 타는 것이 성장을 촉진시키고 다리의 발육을
돕는다고들 흔히 알고 있는데 의학적 근거는 별로 없는 말이다. 정상적인
아이에게는 보행기를 타고 안타고가 발육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보행기를
타지 않더라도 발육을 제대로 잘하기 때문이다. 단지 아기를 달래거나 아기의
재미를 위하여 태운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뇌성마비, 소아마비 등으로 발육이 정상 아기에 비해 늦은 경우에는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의사에게 진찰을 받은 후 보행기를 태우는 것은 발육에
매우 도움이 된다.
대개 어린이들은 1세 미만에서는 무릎과 무릎 사이가 어른에 비해 많이
벌어져 있고 슬관절이 외측으로 활처럼 휘어져 있으나 걷기 시작하면서 2세쯤
되어서 무릎이 직선배열을 하는 자연교정력을 갖고 있다. 보행기를 너무 장시간
태울시는 보행기구조 자체가 무릎이 벌어지게 되어 있으므로 생후 1--2세
사이에 일어나는 자연교정력을 지연시킬 수도 있으므로 피해야 할 것이다.
보행기를 적당한 시간 동안 타면 위와 같은 내반슬(안짱다리형태)을 더 나쁘게
하지는 않으므로 너무 우려할 문제도 아니다. 아기의 발육상태에 따라 보행기를
타는 시기와 시간 등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