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미
단국의대가정의학과
신장병은 현대의학으로도 고치기가 어려운 병이다. 신장기능의 저하가 몸이
붓는 증상(부종)과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몸이 붓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항상 산뜻해 보이던 얼굴이 어느날 푸석푸석해지면 깜짝 놀라서 혹시 몸에
무슨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닐까, 신장에 이상이 있으면 붓는다던데... 라고
생각한 경험을 가진 분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 불안이 심해져서 정말
진찰을 받기 위하여 병원을 찾는 분도 많다. 그런데 막상 병원에서 피검사,
소변검사를 해보아도 별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도 진료실에서
가끔 그런 환자들을 대한다. 어떤 분은 이미 다른 병원을 방문하여 종합적인
검사를 다 받은 적이 있고 어떤 분은 신장검사만도 벌써 여러차례에 걸쳐
해보았지만 그때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가끔
몸이 붓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아 텔레비젼에서 선전하는 대로 네( - - )라는
약도 먹어보고 이뇨제도 먹어보았는데 증상이 사라지질 않는다고 하신다.
몸이 부을 때 신장병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장병을
심각한 병으로 생각하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신장병이 심각한 병이라는
것이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고 예를 들면 만성신부전 같은 병은 아주 중한
병이다. 전에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수술이 안되던 시절에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은 요독증에 시달리다 죽어갔다. 그런 것이 가능해진 요즘에도 경제적인
사정으로 인하여 이런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에도
치료과정에 매우 많은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신장질환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몸이 붓는 것은 모두 신장질환 때문이라는 것은 잘못된 지식이다.
몸을 구성하는 성분을 보면 체중의 거의 50-60p가 수분인데, 그 중 2/3는 몸의
기본구성요소라고 할 수 있는 세포내에 있고 나머지 1/3만이 세포 외에 있다.
세포의 수분의 25p는 혈장성분으로 혈관내에 있게 되며 나머니 75p는 혈관밖의
간질에 있게 된다. 붓는다는 것(부종)은 혈관밖 간질에 있는 체액성분이
증가하는 것으로 대개 부종이 있기 전에 체중증가가 일어난다.
부종이 생기는 이유는 만성영양결핍에서 보듯이 혈관내로 수분을 끌어들이는
데 주요 역활을 하는 혈장단백성분이 감소하거나, 간이나 심장질환으로 인하여
혈관내의 압력이 증가하여 혈관내의 수분이 간질로 빠져나갈 때, 혹은 특발성
부종(의학에서 특발성이란 특별한 원인을 밝힐 수 없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에서처럼 혈관의 수분투과성이 증가하여 혈관내 수분이 간질로
빠져나갈 때 생긴다. 이처럼 몸이 붓는 것과 신장병이 무관한 것이 아니나
여러가지 다른 원인들이 부종을 초래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환자를 보면 짠 음식을 섭취한 후에 일시적으로 생기는 부종이 꽤
많다. 그 외에 특발성 부종으로 생각되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이
걱정하듯이 신장병으로 인한 부종은 매우 드물다. 더구나 다른 증상 없이 몸이
붓는 것만 나타나는 신장병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특발성 부종은 여자에게 주로 생기며 생리주기 등과 연관지어
일시적으로 심해졌다 좋아졌다를 반복하며, 아침 저녁간의 체중변화가 심한
것을 특징으로 한다. 특발성 부종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검사를 해보면 신장기능이나 다른 신체기능에 이상이 없고, 염분섭취를
제한하거나, 오랫동안 서 있는 것을 피하고, 탄력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진다.
따라서 몸이 붓는다고 느끼면 무조건 불안에 떨면서 같은 검사를 반복해서
받아본다거나 불필요한 약을 사서 먹기보다는, 실제로 부종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부종이 확실한 경우에는 그 정확한 원인을 찾아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욱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