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환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목이 뻣뻣할 때 혈압을 재보니 높더라. 그러니 고혈압이다. 그러나 목이
뻣뻣해 지는 이유도 여러가지고 혈압이 올라가는 것도 여러가지다. 두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날 뿐 고혈압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어떤 병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반대로 어떤 병이 있으면 반드시 어떤 증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병과 증상이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말 위중한 병이
있을 것 같은 여러 증상으로 고생을 하고 있음에도 어떤 검사로도 병을 발견할
수 없는 경우가 있고, 또한 반대로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병이 숨어 있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합병증이 생기고 더이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서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목이 뻣뻣한 증상이 생기면 우선 혈압이 높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목이
뻣뻣한 것은 거의 모든 경우 고혈압과는 관련이 없다. 간혹 고혈압을 가진 경우
목이 뻣뻣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것은 갑자기 혈압이 증가하거나 매우
심한 고혈압일 때나 가능하다. 물론 목이 뻣뻣한 사람이 혈압을 측정해서
혈압이 높은 경우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것은 원래 고혈압이 성인에서는
흔하기 때문이지 고혈압 때문은 아니다. 또 목이 뻣뻣한 원인 중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있는데, 과도한 스트레스는 혈압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목이
뻣뻣한 증상이 있을 때 혈압을 재보면 혈압이 높은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오히려 고혈압을 가진 환자들은 대부분 증상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고혈압을
'조용한 살인자' 라고 부른다. 고혈압은 아무런 증상도 일으키지 않지만
뇌혈관질환을 비롯한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목뒤가 뻣뻣하다는 증상을 느낄 때 혈압을 측정하여 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반대로 고혈압이 있던 사람이 목이 뻣뻣한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혈압도 조절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증상이 없어졌다고 병이 나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증상과 관계없이 평생동안 조절해야 하는 병이다.
뒷목이 뻣뻣한 이유로 가장 흔한 것은 긴장과 스트레스 혹은 무리한 일
등으로 인해 목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하기 때문이다. 이 때는 스트레스를 풀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또 진통제를 먹고 뜨거운 물찜질을 하는데, 그래도
며칠내에 좋아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의 진찰을 한번 받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외에도 목디스크나 경추부(목관절)의 퇴행성관절염 등 경추(목을
이루는 척추부위)에 어떤 질병이 있을 때도 목이 뻣뻣한 증상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