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에 동창들에게 그냥 빌려 주었으나 도망가는 친구가 생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우선은 재산상태와 수입 및 부채현황 상환계획을 상세히 적으라고 한다. 지갑 속에 신용카드가 많거나 카드사용내역에서 소비성 지출이 많으면 반드시 담보를 요구한다. 사업가 친구인 경우에는 회사의 경리자료들을 세무조사하듯 본다. 경영에 약간의 문제라도 보이면 담보를 받는다. 새로 사업을 하는 친구인 경우에는 그의 성격을 생각한다. 사채놀이는 안하지만 은행이자 수준은 요구하며 그 이자로 같이 한잔 하기도 한다.
그 어떤 친구가 부탁을 해도 보증은 함부로 서지 말고, 아무리 이자가 많아도 가진 재산의 상당액을 어느 한 친구에게 몰아서 빌려주지는 말라. 그 친구 때문에 당신 가족이 눈물을 흘리게 될 수도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친구들이 목돈을 빌려달라는 경우는 조심하라. 그들이 갑자기 떼돈을 벌어 목돈을 갚을 수 있게 될 확률은 낮다. 부득불 큰 돈을 빌려줄 경우에는 부동산 담보를 받아라(농지는 안된다). 그 담보물에 선순위 권리자들이 많다면 당신 돈은 곧 사라질 확률이 크다. 약속어음 공증을 받으면 좋지만 친구에게 재산이 없으면 월급이나 차압할 정도인데 다른 친구들이 “친구에게 너무한다”고 당신을 욕할지도 모른다.
친구가 급히 큰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는 그가 설명하는 말을 절대로 액면 그대로는 믿지 말라.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상황이 거짓말을 낳는다. 친구를 믿는 것은 좋지만 친구가 처한 상황은 믿지 말라. 그 친구도 미래상황은 모른다. 고의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에서는 친구가 속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미래상황이 당신 돈을 못 갚게 만들며 우정도 버리게 함을 명심하라.
친구로부터 빌린 돈을 못갚았다고? 절대 자취를 감추지 말라. 연락이 두절되면 곧 소문이 퍼지게 되고 당신이 빚지지 않은 친구들 마저 등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