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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이란 무엇인가?

한방이란 무엇인가?
    * 한방의 역사
  판도라(pandora)의 상자가 열릴 때 그 속에서 온갖 불행과 함께 질병도 튀어나왔다
는 그리스 신화도 있지만, 인류는 질병과 더불어 역사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
다.
  최초의 인류 때부터 인간은 그들을 위협하는 온갖 자연조건 뿐만 아니라 질병과도
싸워야 했던 것이다.
  동물은 자기 몸에 상처가 나거나 병이 생겼을 때 그 상처를 핥거나 굶어서 고통으로
부터 벗어나려는 본능적 행동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도 어떤 병에 걸렸을 때
그 병을 물리치고 스스로의 목숨을 지키려는 본능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과는 달
리 자연계에 널려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이용해서 질병을 퇴치하려고 했다.
  몸이 아프거나 몸에 상처가 났을 때 주위에 널려 있는 풀이나 나무 잎사귀 같은 것
들을 가져다 먹거나, 짓찧어 상처난 곳에 바르기도 했다.
  때로는 병이 난 동물이 어떤 풀이나 나무 잎사귀를 먹고 낫는걸 보고는 그것을 활용
하기도 했을 것이다.
  또한 뜨거운 돌을 아픈 곳에 갖다대거나 뾰족한 돌이나 짐승뼈 같은 것으로 아픈 곳
을 자극하여 통증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인간의 지혜가 발달되고 불을 사용할 줄 알게
되면서 부터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약재로 약을 만들어 먹고 뜸도 뜨
게 되었다. 이것이 오늘날의 한약과 침, 뜸의 시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방의학의 역사가 아주 오래되고, 또 한방의학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난
원시적 경험의술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방의학이 오늘날처럼 체계적
인 면모를 갖추기까지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무수한 경험과 시행착오, 변천 그리고 수
많은 한방의들의 노력과 집념이 뒤따랐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고대 중국에 있어서 원시적 경험의술이 체계적인 임상의학으로 발전된 것은, 지금으
로부터 약 2200여 년 전으로 추측된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의술이 춘추전국시대
에 와서야 비로소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기록된 것이며, 한방의학의 최고원전으로 불리
우는 '황제내경'이 음양오행설에 입각한 철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독특한 의술 체계를
수립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이 '황제내경'의 저자는 분명치 않지만, 그 형식은 전설적인 가상 인물의 황제와 기
백,뇌공 등 여섯 명의 명의들의 의술에 관한 질의체로 되어 있으며, 고대 의술사상이
집대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인체의 생리,병리,치료,섭생과 양생법 등이 논의되어 있는
데, 영추편에는 해부,생리,경락,침구치료가 기록되어 있다.
  한편 천연자원이 풍부한 중국 서쪽의 산악지역에서는 일찍부터 초근목피의 신비한
효능을 깨달아 본초학(한약을 통털어 본초라 하며, 이것을 연구하는 학문을 본초학이
라고 한다)이 발달했다. 즉 여러 가지 약재의 효능과 성분은 파악하여 이를 서로 배합
한 처방이 병을 치료하는 약으로써 널리 쓰이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전설상이긴 하나, 본초학의 근본이자 의약의 시초를 이룬 사람은 신농씨로 전
해져 오고 있다. 중국 전설시대의 삼황오제로 불리우는 성현 가운데 한분으로서 명의
의 첫손가락으로 손꼽히는 신농씨는 백초를 직접 맛보아 독초와 약초를 구분하고 그
효능과 특성을 파악하여 약으로 제정했다고 하는데, 독초 때문에 하루에도 백번씩 죽
었다 깨어났으며, 마침내는 독초를 먹고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 온다.
  신농씨는 또 몸은 사람이고 머리는 소의 형상을 닮았으며, 그의 재위기간은 무려 14
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최초의 명의로서 신농씨는 중국 고대의 여러 문헌에 나타나고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주역'이며, 사서의 하나인 '맹자'에도 신농씨에 대한 언급
이 있다.
  결국 신농씨는 유목사회에서 농경사회를 넘어가는 과도기의 제왕이었으며, 인간이
본능적이고도 경험적인 의료의 단계를 탈피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전설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중국의 의서중 신비한 효험을 보인 것에는 으레'신농'이란 이름
이 머리에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예로 '신농본초경'과 '신농오장론', '신농
명당도'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본초서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불리어지는 '신농본초경'은 후한시대에 도
홍경이 신농씨의 이름을 빌어 지은 저서로서, 365종의 천연약물이 기재되어 있다.
  이후 이 '신농본초경'에 나오는 천연약물은 차츰 증가하여 365종에서 1,558종으로
크게 증가되었고, 명조에 이르러 이시진은 여기에 374종을 추가하고 내용을 고치는 등
심혈을 기울여 '본초강목'을 완성하게(1590년) 됨으로써 본초학은 거의 완벽에 이르게
된다.
  '황제내경','신농본초경'과 더불어 고대 한방의학은 중추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책은, 서기 1세기 경에 장사태수 장중경이 지은 '상한론'과 그 자매편이라고 할수 있
는 '금궤요략'이다.
  '상한론'은 주로 급성 발열성 질병에 대한 증후 변화의 법칙과 그에 상응하는 치료
원칙과 기준을 논한 것이고, '금궤요략'은 당시에 활용한 처방으로서 만성병 치료법은
논한 것이다.
  이밖에도 한방의학의 기초와 임상에 관해 절요한 81개 항목을 발췌하여 질의체로 논
한 편작의 '난경', 맥학의 기본을 이루고 진단학상 빼놓을 수 없는 왕숙화의 '맥경',
침구학의 원전을 이루고 있는 항보밀의 '침구갑을경'등 수많은 저서가 저술되었다. 또
한 중국에는 전국시대의 명의 편작과 후한 때의 명의 화타를 비롯한 수많은 명의들이
병자를 구하고 한방의학을 발전시켜 왔다. 특히 편작은 괵나라의 태자가 다 죽게 된
것을 살려'천하의 명의'라는 명성을 얻었으며, 화타는 독화살을 맞은 관운장의 팔뼈를
수술하여 화살독을 제거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중국에서 발상하고 발전된 한방의학은 맨처음 중국에서만 쓰여오다가 고구려
평원왕 때부터 우리나라에도 전래되기 시작했다. 이어 중국의 한방의학은 백제와 신라
에도 전해졌고, 자연발생적으로 전해오던 우리의 토속의술과 합쳐져 실용화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에서 받아들인 이 한방의학을 우리나라 사람 체질에
맞게 소화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을 뿐만 아니라 삼국시대에 이미 독자적인
체계까지 세웠다.
  이때 벌서 '신라법사방','백제신집방'등의 의서가 나왔고, 멀리 일본에까지 의술을
전해줄 정도 였다.
  오늘날 일본의 오사카가 세계적인 제약도시로 성장하게 된 것도 기실 따지고 보면,
.  495년경 고구려 사람으로서 백제에 귀화한 덕래가 일본 국왕의 초청을 받아 그곳으
로 가 의약에 대한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이를 대대로 계승시킨 데 있다는 사실만 봐
도 삼국시대의 의약 발달 정도를 능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이후 조선조에 이르러 국가의 적극적인 시책과 총예한 의인들이 많이 나옴으로써 우
리나라의 의술과 의약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중국의 영향에서 탈피해 많은 이론과 학설을 검토 소화하여 경험과 실증을 바탕으로
예리한 비판을 가한 후 다시금 실제 임상의학으로 통합, 재정리한 실용의학으로서 독
자적인 한방의학을 수립한 것이다.
  조선조 초엽에 국내 약재를 위주로 해서 집대성한 '향약집성방', 또 그 유명한 허준
의 '동의보감'을 비롯해 허임의 '침구경험방', 조정준의 '급유방', 임언국의 '치종비
방', 정경선,양예수의 '의림촬요', 정다산의 '마과회통', 황도연의 '의종손익'과'방약
합편'등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리고 근세조선에 이르러서는 명의 이제마가 한방의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병자
치유의 오랜 경험 등을 토대로 독창적 의학서인 '동의수세보원'을 펴내고, 사람의 체
질과 의약과을 놀라운 상관성을 밝혀 사상의학 체계를 확립했다.
  이 사상의학은 민족 주체성과 탁월한 독창성을 지닌 체질학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으
며, 한의학의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근대에 들어와 서양의학이 도래하면서 한방의학은 제도적으로 소외당하고, 한때 침
체기에 빠진 듯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방의학의 우수성이 널리 입증되고 한방의학자들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이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 또한 날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한방의학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
이고 있다. 그렇지만 한방의학자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한방의 과학화와 주체성
을 지닌 새로운 의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 연구, 노력하고 있다.

    * 한방약은 대자연의 선물
  신은 인간에게 여러 가지 질병도 주셨지만, 그와 더불어 질병을 물리칠 수 있는 양
도 함께 주셨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약이란 광대한 대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수
많은 생약 일 것이다.
  식물과 동물, 광물 등에서 얻은 천연 약재와 이것들을 약간 가공하여 건조시킨 약재
들을 통털어 생약이라고 한다. 그러나 동물성 생약과 광물성 생약은 극히 적은 편이
고, 생약의 대부분은 식물성 생약이 차지하고 있자.
  인간이 자연 속에서 생약을 채취하여, 이를 의료 목적에 사용한 것은 아주 오랜 옛
날부터이다. 역사상의 여러 기록과 발견물 등에 따르면, 고대의 슈메르인들은 B.C 250
0년에 이미 약초에 대해 알고 있었고, 앗시리아인들은 약 260종의 식물성 생약과 약용
식물의 재배법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또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우황,돼지기름,올리브 기름,사프란,석류껍질,유황,안식향,
꿀벌 등을 생약으로 사용했다고 하며, 고대의 그리스 사람들 역시 겨자,계피,코니움
열매,대황,아라비아 고무,미르라 등 수많은 생약들을 약재로 써왔다는 기록도 있다.
  한편 중국에서도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자연 속에서 얻은 생약이 약재로 쓰여 왔다.
그러다가 지금으로부터 약 2천 년 전인 후한시대에 도홍경에 의해 '신농본초경'이 쓰
여졌는데, 여기에는 365종의 천연 약물이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그후 수정과
증보를 거듭하여 명조에 이르러서 이시진이 '본초강목'을 완성함으로써 본초학은 거의
완벽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각 약재, 즉 생약 하나하나마다 독특한 약성이 있고,
미,기,색 등 약재의 특성도 각기 다른 것으로 보아 왔다.
  또 많이 먹어도 몸에 해롭지 않고 오히려 몸에 이로운 약재, 몸에 해롭지는 않으나
병이 치유되면 곧 사용을 중단해야 할 약재, 너무 많이 쓰면 오히려 몸에 해로운 약
재, 특성이 있는 약재 등으로 분류하여 왔다.
  그러나 한방에 있어서의 약은 어떠한 약재 하나만으로 조제하는 경우란 거의 없고,
여러 가지 약재들을 서로 배합하여 약을 만든다. 이것도 아무 약재나 서로 배합하는
것이 아니라 선현들의 오랜 경험과 연구 등에 따른 처방에 입각한 것이며, 약재마다
다름 약성과 특성, 독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 약성과 특성이 각기 다른 약재들이 서로 배합되어 어떠한 약효를 나타내
고, 부작용과 독성이 있는 약재를 쓸 때는 어떠한 약재를 함께 써야만 부작용과 독성
을 다스릴 수 있고, 또 여러 가지 약재를 배합하여 만든 약이 인간의 체질 및 체력과
어떠한 상관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 약으로 쓰고 있는 것이 한방약의 원리이다.
  마황의 예를 들어보면, 마황과 행인을 배합하면 천해에 효과가 있고, 마황과 계지를
배합하면 발한작용을 하고, 마황과 백출을 배합하면 부종에 효과가 있으며, 마황과 석
고를 배합해서 쓰면 지한 작용을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또한 한방약에서 감초가 널리 쓰이고 있는 것도 감초가 다를 약재의 독성을 제거하
고 여러 약재의 작용을 조화시켜 약효를 상승시켜 주기 때문이다.
  특히 한방약은 특이한 약효를 지닌 천연 약재를 그대로, 혹은 약간만 가공한 상태에
서 쓰는 것이므로 자연이 처방하여 자연이 조제한 종합적인 약물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한방약은 일반 화학 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
  뿐만 아니라 한방약의 유효 성분의 인체 내에서 부담을 주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복
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그 효과 또한 복합적이다.
  또한 천연 약재는 특정한 질병치료에 유효한 성분말고도 여러 가지의 성분이 복합적
으로 들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약재 스스로의 부작용을 막아 주는 역할도 한
다.
  그 에로 대황이라는 약재는 설사를 일으키게 하는 성분(옥시안트라퀴논)과 약한 지
사작용을 하는 성분(대황탄닌)이 함께 들어 있어, 변비에 좋은 완화제 역할을 하는 동
시에 오래 복용해도 병적인 설사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것만 보아도 천연 약재가 대자
연의 고귀한 선물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삼국시대 때 중국으로부터 한방의술과 더불어 각종 천연약재의
약효, 특성 등에 대한 지식도 함께 받아들였다. 그러나 한방의술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좀더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갔다.
  특히 백제 성왕 31년에는 채약사 제도를 마련하여 천연 약재의 채약과 더불어 저장
방법, 약성의 감별, 약미의 조절 등 약재 연구를 활발히 하였으며, 신라의 의인들도
약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여 상당한 진전을 보았다.
  뿐만 아니라 신라산 약재가 중국에 소개되는 한편 신라의 인삼이 당나라에 선사품으
로 보내졌다는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고려 공민왕 16년(1367년)에는 안동약원이 설치되었고, 지방에도 여러 종류의
약국이 있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태조 이성계가 의약 정리에 힘썼으며,
세종 14년(1432년)에는 경기도의 내원에서 약초 재배가 행해졌다.
  그후 약초 재배는 만간에도 널리 보급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나는 약재를 파악하고
그 특성을 연구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되었다.
  우리나라는 비록 그 면적은 좁으나 위도상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서 식물의 종류
는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물 가지수는 약 4,500여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약 500여 종이 약용식물로 간주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인삼,은행잎,산수유,황기,복령,오배자,당귀,길경 등은 한국산이 최상급
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천연 약재, 즉 생약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이
와 함께 신비에 싸여 있던 생약의 우수한 약효가 과학적으로 속속 입증되고 있다. 약
효가 확실히 규명된 생약만 해도 상당수에 달한다.
  이렇게 되자 생약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종래 단순한 민간약 정도로 취
급받던 생약이 중요한 의약품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예로부터 쓰여 오던 한방약이나
생약을 활용한 민간의 비방들이 재평가를 받으며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다. 요즘 '생약제제'임을 애써 강조하는 약광고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많은 제약회사
들이 생약제품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우황청심환 같은 생약으로 만든 한방 약품
들이 세계에 널리 수출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생약의 신비한 약효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아직은 잘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
고, 따라서 여러 가지 생약들을 배합하여 만든 한방약의 신비한 약효 또한 과학적으로
는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에 싸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 한 예로 30여 가지의 생약재들로 만든 우황청심환이 강심,혈압강화,진정작용 등
에 응급약으로서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은 인정되면서도 그 원리는 아직 신비한
베일 속에 감춰져 있음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이런 것들도 한방적인 견해에서 볼 때 충분히
극거가 있는 것이며, 한약방은 이러한 한방적 견해에 입각해서 조제하고 있다.
  아무튼 그 신비한 약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속에 가려져 있는 생
약의 정체를 명확히 파악하여, 이를 질병퇴치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생약 연구가 좀더
화 발히 진행되어야만 한다.
  그것이야말로 대자연이 인간에게 준 고귀한 선물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길이
며, 또 그렇게 되었을 때 인간은 그 무서운 질병에서 구원받게 될 것이다.

      * 침술, 그 오묘한 신비
  "침을 맞으면 과연 제 병을 고칠 수 있을까요?"
  간혹 환자에게 침술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면, 이렇게 반문부터 하는 사람들이 있
다. 그러다가 침술치료를 통해 병이 씻은 듯이 나으면,
  "거참 신기하군요.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바늘이 고질병을 감쪽같이 낫
게 하다니..."
하며 연신 혀를 내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침의 효능은 직접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까짓
바늘이 무슨 효능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또한 침이라 하면 으레 삔 것을 연상하고, 삔데에만 효험이 있는 걸로 잘못 알고 있
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그러나 침술은 비단 삔데만이 아니라 내과, 외과, 산부
인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안과 등 그 치료의 활용 범위가 아주 넓다.
  또한 마취, 질병의 진단, 두통, 가축의 치료 등에도 침술이 쓰이며, 침으로 담배를
끊을수도 있다.
  침은 특히 급성 질환에 빠를 효과를 볼 수 있다. 삐거나 체했을 때, 어린아이의 경
기, 졸도 등 어지간한 급성 질환은 침을 맞으면 손쉽게 낫는다. 그렇지만 만성 질환,
즉 신경통,위무력증,중풍으로 인한 반신불수나 언어장애 같은 것들은 꽤 오랫동안 침
을 맞아야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침술은 이제 현대 문명병에도 도전하고 있다. 노이로제,비만증,약물중
독,알콜중독 등을 침술 치료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침술이 모든 병을 다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침술의 기원은 상고시대 때부터 이미 인류가 돌침을 사용한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
다. 지금으로부터 약 2200여 년 전에 이루어진 한의학의 최고 원전이며, 중국에서 가
장 오래된 의학서의 하나인 '황제내경'에 이미 침구의 기원이 밝혀져 있는데, 이에 따
르면 뜸은 북방으로부터 들어왔고 침은 남방으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되어있다. 또 여
러 가지 역사적 자료를 통해 볼 때 침술은 인도에서 발상하여 중국에 들어가서 비로소
체계화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체계적인 침구학이 들어온 것은 A.D 561년 고구려 평원왕때 중국 오나라
사람 지총이 제반 의약서와 침구서 및 동인도(인체상에 배열된 14경락의 부위와 360형
의 경혈이 모사되어 있는 침구 실습용 인체 모형을 동인이라 하는데, 그것을 지면에
그린 것을 동인도라고 한다)를 가지고 들어왔기 때문이며, 이것은 다시 일본에 전해졌
다고 한다.
  침구학의 기초학리에 관한 고전은'소문영추','침구갑을경','침구영취','심사경발휘'
,'침구대성'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에서 받아들인 침술을 실제 임상에 활용하는 한편 이를 더욱 발
전시켰으며, 침구학에 관한 귀중한 책들도 많이 저술되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는 허임의 '침구경험방'을 들수 있으며, 조선시대 사람 사암이 지
은'침구요결'은 특수한 침구 치료법들을 쓴 책으로서 외국 학자들도 연구서적으로 삼
고 있을 만큼 우수한 내용이 실려 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에서 침술이 가장 발달되고, 일반에게 가장 널리 보급된 나라는
일본이다. 그리고 침구학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주목은 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에 들어서서 침으로 마취시키는 방법이 사용되면서부터이다.
  또한 지금은 침술이 서양에도 널리 보급되어 질병치료에 자주 쓰이고 있으며, 침술
에 대한 서양인들은 연구 또한 활발하다.
  그러면 침술이란 무엇인가.
  침술은 원래 동양의 음양오행설에 근거하여 경락학설을 그 이론적 바탕으로 하여 발
전한 의술이다. 다시 말해 금,은,백금,철,스테인레스스틸 같은 금속으로 만든 침으로
경혈(경락에 있어서 침을 놓거나 뜸을 뜨기에 알맞는 자리, 경락은 이 경혈을 계통적
으로 연접시키고 있는 것을 말함)이라고 하는 피부의 일정한 곳에 지름으로써 기계적
자극을 주는 치료법이다.
  좀더 쉽게 말하면, 말인 관격(기운이 올라가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한다는 뜻)이
라고 해서 음식물을 잘못 먹고 갑자기 체했을 때 침을 맞게되면 내장의 모든 기관이
활동이 정상화 되고 전신에 통기가 되면서 병이 낫는 것이다. 관절이 삐었을 때도 마
찬가지다. 외상으로 인해 다치게 되면 혈관이 파괴되는데, 이때 어혈이라는 내출혈,
또는 외출혈이 있게 된다. 만일 내출혈로 인해 피가 정상적인 순환을 할 수 없게 되었
을 때 침을 맞게 되면 나쁜 혈액이 제거되고 피가 맑아지면서 치료가 되는 것이다.
  침술이 다른 치료법과 특히 다른 점은 침술이 환자의 몸 전체를 자극하거나 환부만
을 치료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혈을 이용하여 질병자체를 치료하려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동양의학으로서의 침술이 서양의학의 몰리 요법과는 다른 큰 특징이다.
  그러나 침술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치료에 쓰여 왔고, 또한 그 효력이 빠르고 우수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원리는 이론적으로 정확하게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
만 침술의 정확한 원리를 규명하여 침술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
다.
  끝으로, 침술의 신비에 관한 옛 얘기를 하나 소개하기로 한다.
  옛날 중국 송나라 때 방안시라는 명의가 있었다. 그는 약관 20세에 모든 의서에 통
달했고, 병자 치료에도 뛰어났으며, 훌륭한 의서도 많이 남긴 인물이다.
  당시에 그의 의술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그가 치료한 병자 10명중에서 8,9명은 능히
완쾌시켰다고 한다. 또한 그는 병자를 자기 집에서 거처토록 하고는 직접 약을 달여주
기까지 하면서 병자가 나을 때까지 돌보았으며, 병자가 완치된 다음에 비단이나 돈을
가져오면 절대 받지 않을 정도로 청렴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병자는 사실대로 말하
고 돌려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는 여행길에서 7일간이나 심한 진통을 하면서도 출산이 되지 않아 고통
스러워 하는 임산부를 보게 되었다. 그동안 여러 의원들이 갖가지로 치료해 보았으나
아무런 효험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안시는 임산부를 진맥하고 나더니 껄 껄 웃으며 주위사람들에게 병자의 아
랫배와 허리를 뜨겁게 하라고 일렀다. 사람들이 그의 지시대로 하자, 그는 임산부에게
침을 한 대 놓고는 방을 나왔다.
  그리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임산부는 통증을 호소하는 듯 하더니 이내 사내아이를
순산했다. 7일 동안이나 아이를 낳지 못하고 괴로워 하던 임산부가 너무나 쉽게 아이
를 낳는 것을 본 사람들은 무척 기뻐하면서도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다가 방안시
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아이가 자궁에서는 나왔으나 한손으로 제 어미의 장을 붙잡고 있어서 출산이 되지
않았던 것이오. 그래서 내가 아이의 손을 침으로 찔렀소. 바늘에 찔려 아픈데 아이가
손을 놓지 않을수 있었겠소? 아마 그 아이의 손에는 아직도 침자국이 남아 있을 것이
오."
  이 말에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며 그 아이에게로 달려가 손을 확인 해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의 손에는 분명한 침자국이 남아 있는게 아닌가.
  사람들은 저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이렇게들 말했다.
  "과연 명의는 명의로군."

      * 한방의는 관상도 보는가?
  우리 속담에 '맥도 모르는 놈이 침통부터 흔든다'는 말이 있지만, 일반인은 흔히 한
방의는 맥만으로 모든 병의 진찰을 다 할 수 있는 것으로 알 고 있다.
  물론 맥을 짚어보는 것, 즉 맥진이 한방 진찰법 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
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맥진이 한방 진찰법의 전부인 것인양 오해해서는 안된
다.
  원래 한방에서의 진찰법에는 망진(눈으로 환자의 얼굴빛, 살갖의 색, 혀의 상태 등
을 살피는 것), 문진(환자와의 문답을 통해 병 진단에 도움을 얻는 것), 문진(환자의
목소리나 기침의 상태 등을 듣고, 체취나 구취 등이 냄새를 맡아 증세를 파악하는 것
 ), 절진(손을 직접 환자의 몸에 대서 여러 가지 이상을 살피는 것)의 네 가지 방법이
있다
근래에는 절진 중에 속하는 배진과 복진을 독립시켜 6진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배진
은 등. 척추의 휘고 굽은 상태를 살피며 척추 양쪽에 배열되어 있는 경혈, 즉 경락사
의 요혈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며, 복진은 배를 만져보는 것인데 오장육부가 모두 뱃속
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그 허실의 상태를 살피는 동시에 형태의 변화도 아울러 살피는
것이다 그리고 맥진은 절진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병이 났을 때 한의원을 찾아가면 한방의가 환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을 흔히
보거나 경험하게 된다. 이럴 때, '왜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지?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한의사는 관상도 보는 모양이야.', 혹은'어휴, 창피해. 못생긴 내 얼
굴을 왜 자꾸 쳐다 보는 걸까?'하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방의가 환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는 것은 환자의 얼굴에 뭐가 묻었기 때
문이거나, 혹은 환자가 잘생기거나 못생겨서 쳐다보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이른바 망
진인데, 한방의는 육안으로 환자의 얼굴빛, 살갗의 빛, 혀의 상태 등을 살핌으로써 병
의 예후와 병세를 파악하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보통 얼굴의 귀,눈,코,입,혀는 오장의 정기와 상통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데 귀에서는 신기, 눈에서는 간기, 코에서는 폐기, 입술에서는 비기, 혀에서는 심장기
를 본다. 즉 이들 오관을 통해 오장의 기능과 변조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내장과 오관과의 관계를 단적으로 실증해 주는 좋은 예로서, 심장과 혀의 관계를 들
수 있다.
  한의학적인 생리관에 의하여 심장은 혈액순환을 주재할 뿐만 아니라 심주신 이라 하
여 정신, 즉 신뇌경의 기능까지도 이에 포함시킨다. 따라서 심장이 약하다는 것은 혈
액순환 기능과 뇌신경이 약하다는 뜻이 된다.
  실제 임상을 통해 보더라도 심장이 약한 사람은 노이로제나 고혈압에 잘 걸리며, 노
이로제나 고혈압 증세가 있는 사람 중에는 심장이 약한 사람이 많다.
  또 우리는 심로, 즉 속이 많이 상한 후 다음 날에 혀에 혓바늘이 돋는 것을 곧잘 경
험하며,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고민이 있을 때에도 혓바늘이 잘 돋는 것을 볼 수 있
다.
  이런 사람들을 통해 심장과 혀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따라서
혀를 통해 심장과 정신의 이상을 살피는 것은 충분한 합리성이 있다.
  건강 상태가 얼굴에 나타나는 것은 누구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러나 한방에서
는 그냥 얼굴이 수척하다든지 안색이 좋지 않다든지 하는 식으로 단순한 건강 상태만
을 보지 않는다. 즉 안색을 살펴 오장 중 특히 어느 장기에 이상이 있는지를 살피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심장과 뇌신경 질환이 있으면 얼굴에 붉은 빛이 나타나고, 호흡기에 이
상이 있으면 백색이 나타나며, 소화기에 이상이 있을 때에는 오이꽃빛으로 얼굴에 노
란 빛이 감돌고, 간에 병이 있을 때에는 푸른 빛이 드러나며, 신장에 병이 있을 때에
는 검은 빛이 나타나게 된다.
  만성 소화불량 환자나 영양실조 환자는 모두가 얼굴빛이 누렇다. 이것은 소화기관인
비위의 색이 황색이라는 점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동양인은 원래 황색인종이므로 건강
한 사람에게서도 약간의 황색을 볼 수 있는데, 병적인 황색은 윤택이 없거나, 혹은 부
종을 겸했을 경우에는 지나치게 습윤되어 있으므로 건강색과는 쉽게 분별된다.
  과음,과색 등으로 정력을 지나치게 소비한 사람을 소위 양기가 부족되어 신장 기능
이 약해지므로 안색이 검게 되는데, 간기능까지 약해지면 검푸른 색이 된다.
  신장은 비뇨기로서의 구실뿐만 아니라 성선의 내분비 기능 까지도 여기에 포함시켜
보게 되므로 부인들이 임신중에는 얼굴이 검어지거나, 검은 기미가 얼굴에 끼게 된다.
  또한 폐결핵 환자는 얼굴이 창백하면서도 얼굴 양쪽 광대뼈 언저리만은 불그스레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폐의 기능은 나쁘지만 심장의 기능은 아직 좋기 때문이다.
  망진은 다른 방법으로, 얼굴 한가운데에 있는 코를 중심으로 하여 상,하,좌,우로 5
등분하여 보는 법이 있다. 즉 이마에서 심장과 뇌신경을, 중앙 코 부위에서 소화기의
이상을, 턱에서는 신장을, 왼쪽 볼에서는 간을, 그리고 오른쪽 볼에서는 폐의 이상을
살피게 된다. 이밖에도 눈,코,혀 등만을 전문적으로 관찰하는 방법도 있다.
  아무튼 한방의는 망진을 통해 환자의 영양상태, 골격, 안색 및 살색, 혈색 등을 비
롯해거 대소변 빛깔, 환자의 동작과 표정 및 감정상태 등을 두루 파악하여 병증의 음
양 허실을 판별하고 치료의 지침을 세우게 된다. 그러므로 한방의가 자신의 얼굴을 유
심히 살핀다고 해서 기분나빠 하거나 얼굴이 못생겼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거나, 혹은
한방의를 관상쟁이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한의사는 관상도 다 봅니까?"
  한방의 앞에서 이런 생각을 갖거나,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방의는 으레 환자에게 이것저것을 묻는다. 가장 심한 고통, 발병 동기와 그후의
경과, 식욕, 갈증의 유무, 대소변의 횟수, 생활환경, 식성,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신
체의 증상, 오한,발열,땀,구토,출혈,현기증,불면,이명,마비의 유무, 감정상태, 또는
월경의 상태나 성생활의 횟수 등 실로 세세한 것까지 묻는 수가 있다. 이것이 바로 문
진이다.
  이럴 경우 역시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으며, 특히 거짓말을 해
서는 안된다. 이 같은 문진을 하는 것은 조사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환자의 병세 및 체
질, 건강상태 등을 좀더 정확히 파악해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때로 한방의는 보다 정확한 치료를 위해 환자의 음성이나 기침의 상태를 유심히 듣
기도 하고 환자의 체취, 대소변, 객담 등을 맡거나 살피는 수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문진을 통한 진찰 방법이다.
  언어와 음성은 사상의 표현인 동시에 감정의 발로가 함께 나타나는 것이다. 음성에
노기와 격분이 자주 나타나고 목소리가 날카로우며 소리를 지르거나 감정이 격해 있는
환자 중에는 간이 병들거나 약해진 사람이 많다.
  또한 대수롭지 않은 일로 슬퍼하고 음성이 맑지 못하고 탁하면 폐가 병든 경우가 많
다. 환자의 말과 음성이 빨라지며 잘 웃거나 또는 우울한 빛이 깃들어 있으면 심장과
뇌신경에, 음성에 힘이 없으며 가볍게 떨리고 느리면 소화기에, 또 신음을 하며 음성
이 가늘고 긴 느낌이 있을 때에는 신장이 병든 것으로 식별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밖에 언어와 목소리로 음양 허실을 가르는 법이 있는데, 환자의 목소리가 웅대하
고 길면 실증이고, 환자의 목소리가 겁에 질린 것같이 약하고 짧으면 허증 이다. 또
실연이 있고 말이 많은 것은 양증 이고, 말이 느리고 체온이 낮으면 음증으로 본다.
  그리고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호흡의 장단, 기침, 숨찬 소리, 헛소리, 잠꼬대, 재채
기, 딸꾹질, 구토소리, 트림, 뱃속에서 나는 물소리 등도 모두 문진의 좋은 대상이 된
다.
  절진이란 의사의 손을 환자의 몸에 직접 대서 여러 가지 이상을 살피는 것인데, 앞
서 말한 바대로 맥진,배진,복진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맥진은 급성병의 예후와 병증의 파악에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러나 맥진을 포함한 절진의 방법은 전문적인 것에 속하므로 여기서 설명을 피하기로
한다.
  이상과 같이 한방적 진찰법을 살펴보았으나, 얼핏 한방적 진찰법은 청진기나 X―레
이, 전자 현미경 등 과학적인 의료기구를 통해 진찰하는 서양 의술에 비해 원시적이고
비과학적인 것으로 생각될수도 있다. 왜냐하면 한방적 진찰에 있어서는 아무런 기계도
쓰지 않고 다만 오관을 통한 직관적 진찰을 위수로 하여 인체 내의 기능과 질병 상태
를 판단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방의학이 이루어 놓은 진단법은 선인들의 오랜 경험과 연구에서 비롯된 것
이며, 거기에 진지한 과학적 태도가 깃들어 있음을 이 분야의 연구자라면 누구나 수긍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류 검사에 있어서 가장 정확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혀
끝이다. 그러므로 맥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맥진을 여기에 비유하여 생각한
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러나 한방적 진찰법의 오묘한 이치를 터득하는 데에는 오
랜 시일과 피나는 수련이 필요하다.
  서양의학이 진단의 목적을 주로 병명의 규명에 두고 있다면 한방의학의 진단 목적은
증의 파악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환자에게 어떤 처방으로 치료하느냐 하는 것을 단
정짓기 위해 증을 찾아내냐 하는 것이다.
  이 증이란 물론 병명도아니고, 또 병의 개개의 증상도 아니다. 증은 어디까지나 그
환자가 나타내고 있는 모든 증상을 종합, 관찰해야만 비로소 파악되는 것이므로 어떠
한 병이건 한방적 진찰법이 필요하게 된다.
  또한 같은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여러 환자가 나타내는 증상은 똑같지 않으므로
고정된 병명에만 국한되어 일률적인 치료를 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병명이야 무엇이든간에 낱낱의 병이 나타내는 수많은 증상 가운데서 병명
에 크게 구애됨이 없이 어느 환자에게서나, 또 어떤병에서나 종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
는, 공통된 하나의 틀을 찾아내면 된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찾아낸 증상의 복합군을
증이라 하며, 이 증에 따라 적합한 처방을 결정하게 된다.
   
      * 체질에 따른 처방
  환자들 중에는 간혹, '누가 그러는데, 오래된 위장병에는 무슨 한약이 좋다고 하더
군요. 그러니 저도 그 약을...'하며 어느 특정한 약을 지적해서 지어달라고 하는 사람
이 있다. 마치 동네 약국에 가서 어느 특정한 드링크제나 소화제 따위의 이름을 대며
달라고 하는 것과 같은 태도다.
  매일 같이 TV며 라디오, 혹은 신문 등에서 '무슨무슨 병에는 무슨무슨 약이 좋다.'
는 약광고를 무심결에 보고 듣고 읽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어떤 병에는 어떤
약을 먹어야 한다'는 고성관념이 마음속 깊이 뿌리를 내렸기 때문일까.
  그러나 약이라 절대 함부로 먹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주의 깊게
먹어야 하는 것이 약이다. 말인 그렇지 않은 경우, 무서운 부작용을 초래하여 병이 더
욱 악화되거나 심지어는 목숨 까지 잃는 수도 있다.
  양방에서는 같은 병에 같은 약을 쓰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한방에서는 똑같은 병이
라도 환자의 체질이나 건강상태, 증세, 나이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약을 쓰고 침구 치
료를 하는 것이 보편화 된 사실이다. 즉 개인차를 무시한 한방약이나 침구치료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예로, 똑같은 감기 환자라 하더라도 평소 위가 약하고 몸이 냉한 부인이 오한과
열이 나고 코가 메이며, 특히 머리와 팔다리가 많이 아픈 경우에 쓰는 처방과 평소에
신경통이 있는 사람이 감기로 인해 머리와 팔다리, 허리 등 몸 전체가 몹시 쑤시고 아
픈 류머티즘성 감기에 쓰는 처방이 각기 다를 것이다.
  따라서 한방에서는 어떤 환자에게 어떤 처방의 약을 써서 큰 효험을 보았다고 해서
다른 체질의 환자에게도 그 처방을 그대로 쓰는 경우란 드문 편이다.
  어떤 환자에게는 그야말로 신통력을 발휘해 환자의 병을 씻은 듯이 낮게 해준 약이
다른 환자에게는 별다를 효험이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방에서 말하는 부작용이라는 것은 양약의 부작용과는 성질부터 다르다. 한
방약에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약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데 국한될 뿐이며, 양약처
럼 약 자체로 인한 부작용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한방약에 쓰이는 약재가 거의 대부분 화학약재가 아닌 천연 약재이기 때
문이다. 그러므로 한방약은 원칙을 지켜 제대로 사용하면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효험
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성질이 다르듯 한방에서는 약재 하나하나마다 그 특성이 다
른 걸로 보고 있다. 그래서 약재의 약성이 작용하는 바에 따라 그 성질을 따뜻하다,
뜨겁다, 보통이다, 차다, 서늘하다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약재마다 독성이 있고 없음을 구분해 놓고 있으며, 약재의 맛에 따라 달다, 쓰
다, 맵다, 시다 등을 세세히 구분하고 있다. 약재 하나하나마다 이력서가 붙어 있는
셈이라고나 할까.
  예를 들어 '감초는 성이 온하고, 무독하며, 미는 감하다,','갈근은 성이 평하고, 무
독하며, 미는 감,고하다','지모는 성이 한하고, 무독하며, 미는 감,고하다'하는 것 등
이 그것이다.
  이처럼 약재마다 독특한 성질이 있으므로 사람의 체질이나 증상 등에 따라 약도 쓰
지 않으면 안된다. 사람마다 다른 체질적 특성이나 중상 등을 올바로 파악하여 이에
맞는 약을 써야만 비로소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부작용 또한 막을수 있게 되
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환자의 병명을 진단하기에 앞서 몸 전체의 상태를 보고 비정상적인 것을
찾아내어 처방의 기준을 정한 다음(이것을 이른바 중의 파악이라고 한다), 이 중에 맞
춰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 환자의 증을 파악한 결과, 만을 한증이
라는 진단이 내리면 따뜻하게 하는 약을 쓴다. 이와는 반대로 열증이라는 진단이 내리
게 되면, 거기에 맞는 약을 쓰게 된다. 즉 찬 것은 덥게 하고, 더운 것은 가라앉혀 몸
전체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한방약은 보통 이 원칙에 따라 사용되고 있는데, 이것은 약을 보다 올바르게 쓰기
위한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허하면 보하고, 실하면 사하라'는 말을 많
이 쓰고 있는데, 이것도 결국은 이러한 원칙에서 나온 말이다.
  흔히 '약방에 감초'하는 말을 많이 쓴다. 감초가 수많은 약재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쓰이고, 또 감초가 모든 약물의 작용을 조화시켜 약효를 나타내는 일을 하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에나 빠지지 않고 곧잘 끼어드는 사람을 가리켜
'약방에 감초'라고들 말한다.
  감초는 이미 '신농본초경'에 실리면서부터 약재로 쓰여 왔던 만큼 그 역사가 꽤 오
래된 셈이다. 특히 감초는 우리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몸의 조화와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독성을 지닌 약재의 독성분은 없애주는 작용을 하며, 부실한 비위의 기
능을 보하며, 급박증상을 완화시키는 등 많은 작용을 한다.
  이밖에도 감초는 약재로서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부문에서도 널리 쓰인다. 간장을
담글 때 메주에다 감초를 넣으면 감초의 단맛으로 인해 간장 맛이 더욱 좋아지며, 세
계 여러 나라에서는 양질의 담배를 만드는 데 향료와 함께 감초 엑기스를 섞어 쓰기도
한다.
  그러나 감초는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그 성질이 따뜻하므로 소음인 처방에 적합
하며, 다른 체질에는 적합하다고 볼 수 없는 약재다. 즉 체질적으로 비위의 기능이 약
하고 비위의 기능이 냉한 소음인 처방에 적합하며, 다른 체질에는 적합하다고 볼 수
없는 약재다. 즉 체질적으로 비위의 기능이 약하고 비위의 기능이 냉한 소음인에게 성
질이 따뜻하고 비위의 기능을 도와주는 감초는 좋은 약이 될 수 있지만, 소양인처럼
비위의 기능이 왕성하고 비위에 열이 많은 체질에는 감초가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사상의학적인 견지에서 볼 때 '약방의 감초', 즉 감초가 모든 사람의 약
에 빠지지 않고 쓰인다는 것은 조금 빗나간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소음인의 병에는 온성 약재가 많이 쓰인다. 파두,부자,인삼,약쑥,
청피,후박 등과 같이 뜨겁거나 따뜻한 성질의 약재가 소음인의 체질에 맞는 약재라 할
수 있다.
  소양인은 소음인과는 반대로 비위의 기능이 왕성하고 비위에 열이 많은 체질이므로
온성이나 열성의 약재는 적합치가않다. 신장의 기능이 약하고 비위에 열이 많은 만큼
신장의 기능을 보해 주고 비위의 열을 가라앉혀 몸의 조화를 이루게 할 수 있는 약재
가 적합하다. 석고,지모,숙지황,목통,황련 등과 같이 성질이 차가우면서도 신당의 기
능을 복돋아 주는 약재가 소양인에게 적합한 것이다.
  체질적으로 폐와 심장 그리고 폐의 예속기관인 대장이 약한 태음인은 이들 기관을
보해 주는 약재가 알맞다. 특히 폐의 원수라고 할 수 있는 웅담은 허약한 폐기능을 지
닌 태음인에게 아주 좋은 약이 된다. 또한 심장이 약하고 한가지 일에 몰두하는 성격
의 태음인에게 녹용을 주제로 해서 약을 쓰면 효과가 뚜렷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녹용의 약효와 함께 녹용이 태음인의 체질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태음인에게 적합한 약재로는 산약,사향,대황,마황,우황,행인 등이 있다.
  태양인은 원래 간의 기능이 허약하고 하체가 약한 체질이므로 이를 보완해 줄 수 있
는 약재가 알맞다. 오가피,송절,목과,미후도 등이 태양인 체질에 맞는 약재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약재마다 체질에 따라 적합한 것이 있고, 또 적합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런
데 간혹 체질에 맞는 약재를 쓴 약을 먹고도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소음인이 소음인 체질에 적합한 부자가 든 약을 먹고 부작용을 일으키는
수가 있으며, 체질적으로 마황이 몸에 맞는 태음인이 마황이 든 약을 먹고 발작을 일
으키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부자는 성질이 뜨겁고, 몸을 덥혀 주며, 심장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흥분을 가라앉
히는 작용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약효가 있으므로 냉증,신경통,류머티즘 등 여러 가지
병에 쓰인다. 그리고 마황은 폐의 기능을 북돋아 주고, 모세혈관을 확장시키며, 기관
지 경련을 완화시킬 뿐만 아니라 해열작용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약효를 발휘한다. 그
러므로 비위가 냉한 소음인에게 부자는 좋은 약이 될 수 있고, 폐의 기능이 허약한 태
음인에게 마황 역시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자에는 아코니틴이라는 독성이 있고, 마황에는 비록 독은 없지만 심장이
나쁜 사람이 많이 복용하면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이들 약재가
체질에 맞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약을 오랫동안 많이 먹거나 약의 분량이 적정량을 초
과할 경우, 또는 독성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은 경우 등에는 자칫 부작용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방의와의 상의도 없이 함부로 약을 지어먹는 것은 위험한 일이며, 약을
복용할때는 사용기간과 양에 대한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노인이나 체력이 약
한 사람, 혹은 약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 등은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
구된다.

      * 체질 감별법
  한방에서는 흔히 체질을 중요시한다. 체질에 따라 천부적으로 받은 장부의 허실이
있고, 체질에 따라 잘 걸리는 병과 잘 걸리지 않는 병이 있으며, 체질에 따라 써야 할
약재와 처방이 있는 반면 삼가야 할 약재와 처방도 있는 것으로 본다. 또 체질에 따라
외모와 성격, 심리상태 등이 각기 다르며, 먹어서 적합한 음식물이 있고, 적합하지 못
한 음식물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같은 체질의학은 사상의학의 창시자인 동무이제마에 의해 비롯된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병자에 따라 약을 달리 써야 한다'는 주장은 어렴풋이나마 있었지만, 그
것은 막연한 주장에 불과했을 뿐이다.
  뚜렷한 이론적 근거도 없었고 깊은 연구 또한 없었다. 풍부한 의술 경험과 해박한
지식, 오랜 연구 등을 통해 이제마가 비로소 독창적인 체질의학을 확립해 놓았던 것이
다.
  이 책도 그의 체질의학을 바탕으로 쓰여지고 있는데, 그의 체질의학이나 체질 감별
법의 내용은 실로 심오하고 난해하다. 체질 감별법에도 전문적인 것에 속하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여기서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체질 감별법을 소개하기로 한다. 체질에
따라 써야 할 약재나 처방, 적합한 음식, 성격 등은 이 책의 다른 항목에서 얘기하고
있으므로 생략하고, 여기서는 외모나 체형을 중심으로 한 체질 감별법을 설명하기로
한다.
  사상의학에서는 사람의 체질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다시말해 사람의 체질은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의 네 가지 중의 하나에 속하며, 이들의 장기적 특성을
크게 분류하면, 태양인은 폐대간소, 태음인은 간대폐소, 소양인은 비대신소, 소음인은
신대비소가 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대,소란 해부학적인 의미가 아니라 하나의 기능을 말한다. 즉
천부적으로 태양인은 폐의 기능은 좋은 반면에 간의 기능이 약하고, 태음인은 간의 기
능은 좋은 반면에 폐의 기능이 약하고, 소양인은 비장의 기능은 좋은 반면에 신장이
약하며, 소음인은 신장의 기능은 좋은 반면에 비장의 기능이 약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체질적 특성이 있는 사상인의 기본체질 및 외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태양인
  태양인은 폐실간허한 체질로서 목덜미의 기운이 왕성하고 상부 목덜미다 발달되어
있다. 또한 머리가 크며 둥근 편이다. 특히 뒷머리가 발달된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이마가 넓고 하관이 빠르다.
  또 눈이 작고 눈에는 광채가 있다. 반면 척추와 허리의 기능이 약하며 오래 앉아 있
지 못하고 비스듬히 기대어 앉거나 눕기를 좋아하며, 또한 다리에 힘이 없어서 오랫동
안 걷지 못한다.
  태양인의 여자 중에는 몸이 건강해도 간의 기능이 약하고 옆구리가 협소하여 자궁
발육이 잘 안된 탓으로 임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간은 음장에 속하며 생식기를 주관하므로 간이 허할 경우 자궁 발육이 부진해질 수
있는 것이다. 임신은 하되 다산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육축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소나 말에 있어서 보통 소나 보통 말보
다도 몸이 크고 충실하면서도 아무런 이유 없이 새끼를 갖지 못하는 암소 또는 암말을
각각 둘소와 둘말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잇는 것
이다.
  태양인은 대체로 단아하며 용모와 체구가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이다. 대체적으로 몸
은 마른 편이다. 그러나 상태가 실하고 하체가 약해 보이며, 허리둘레의 자세가 외롭
고 약해 보인다. 소변이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은 편이다.
  태양인의 체형은 본래 분간하기 어렵지 않으나, 그 숫자가 워낙 적으므로 오히려 분
간하기가 힘들다. 주위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2. 태음인
  태음인은 간부인 허리가 발달되고, 폐부인 목덜미 위가 허약하다. 또한 상초(가슴에
서 허리까지의 범칭)가 허하므로 다른 체질에 비해 심장이 약하다. 그래서 태음인에게
는 가슴이 뛰고 울렁거리는 증세가 있다. 또 눈커풀이 위로 끌어당겨지는 듯한 증세와
눈망울이 쏘고 아픈 증세도 있다.
  태음인은 원래 대륙성체질을 타고났기 때문에 사상인 중에서 체격이 가장 큰 편이
다. 대체로 근육과 골격의 발달이 좋으며 굵다. 체력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보통 키
가 크며 살이 비대한 사람이 많다.
  특히 손발이 큰 편이며, 허리둘레의 자세가 왕성하고 허리가 굵은 편이다. 배가 불
룩 나온 사람도 많이 볼 수 있다.
  상체보다는 하체가 더 충실한 체질이며, 따라서 걸을 때에는 상체를 약간 앞으로 숙
이며 양반걸음이나 오리걸음 같이 걷는다.
  얼굴은 원형 또는 타원형에 가깝고, 얼굴 윤곽이 뚜렷한 편이다. 눈,코,입,귀가 크
고 입술은 대체로 두텁다. 턱이 길고 후중하여 교만하게 보이는 수도 있다. 남자의 경
우 눈이 치올라 가서 범상 같고, 여자의 경우에는 눈매의 자태는 없으나 시원스런 인
상이다. 대체로 무게있고 후덕해 보이나 여자들 중에는 미인이 적다.
  피부에 항상 땀기가 있고 땀구멍이 성글다.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며, 땀을 흘려
야만 신진대사가 원활히 된다. 간혹 땀을 잘 흘리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사람은
소변을 많이 보는 걸로 신진대사 작용을 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므로 조그만 활동을 해도 곧 땀을 흘린다. 찬밥을 먹으면서
도 땀을 흘리는 사람은 대게 태음인이다.
  여자들은 겨울에 손발이 잘 튼다. 학질이나 감기에 걸려 오들오들 떨면서도, 냉수를
마실 수 있는 것도 태음인이다. 키가 큰 것이 보통이지만, 간혹 작은 사람도 있다.
 태음인과 소음인중에는 체형이 서로 비슷한 경우도 있어 자칫 혼동되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체질에 따르는, 다른 특성을 통해 구분하는 것이 좋다.

  3. 소양인
  소양인은 비부인 흉곽이 발달되고, 신부인 엉덩이가 약하다. 외모로 보아 가슴 주위
가 발달해 있고 하체, 특히 다리가 약해 보인다. 태양인과 마찬가지로 상체가 실하고
하체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골격은 대체로 가는 편인데, 골격 중에서도 특히 다리가 가늘다. 따라서 자세가 곧
고 바르긴 하나 안정감이 없어 보인다. 살이 찐 사람은 드물다. 걸을 때에는 항상 먼
곳을 바라보면서 걷고, 곁을 잘 살피지 않는다.
  항상 마음이 조급하고 속에서 열화가 끓어올라 찬 음식이나 찬물을 좋아하며, 행동
이 경망스럽게 보일 때가 많다.
  머리는 앞뒤가 나오거나 둥근 편이며, 얼굴 표정은 명랑하다. 턱은 뾰족하고 입은
과히 크지 않으며 입술은 얇다. 피부는 흰편이나 윤기가 적고, 땀이 별로 없다.
  남자는 양기부족이 많고, 여자는 신장 기능이 약하여 다산하지 못한다. 대체적으로
키는 작은 편이다. 개중에는 키가 작고 단정하여 소음인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
러나 소양인의 외모나 성격, 특히 행동을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이내 구분된다. 사
상인 중에서 체질 감별이 가장 용이하다.

  4. 소음인
  소음인은 중초비위가 허약한 대신 신장과 방광 부위가 발달하여 상체보다는 하체가
실하다. 즉 신부인 엉덩이가 발달되고, 비부인 흉곽이 협소하고 약하다. 이 점에 있어
서는 소양인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소음인은 체세가 대체로 앞으로 굽은 모습이며, 살과 근육은 비교적 적다. 살갗이
연하여 여문 맛도 적다. 또 근은 비장이 주관하므로 수족이 무력한 증세가 있다.
  맥박은 대개 느리고 약하며, 손발이 떨리는 증세가 있다. 그러나 뼈는 굵은 편에 속
한다.
  키는 대체로 작은 편이며 몸집도 작은 편이다. 상체보다는 하체가 실한 체질이기는
하지만, 몸의 군형이 표준형으로 잘 잡힌 소음인도 많다. 개중에는 키가 큰 사람도 있
다.
  걸을 때에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얌전하게 걷는다. 소양인처럼 한눈 파는 법도 없다.
그러면서도 볼 것은 다 보며 오히려 확실하게 기억한다, 넘어지거나 실수하지도 않는
다.
  말할 때에는 조용하면서도 침착하다. 목소리도 그다지 크지 않으며, 속삭이듯 말한
다. 또 말하면서 눈웃음을 잘 지으며, 여자인 경우에는 애교가 있다. 그러나 때로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한숨을 내쉬는 일이 있어 고민이 많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눈웃음과 애교가 지나쳐 간사스럽고 비굴해 보일 때가 있다.
  눈,코,입이 그다지 크지 않고 입술은 얇다. 눈에는 정기가 없으며, 졸리거나 무기력
해 보이는 눈을 하고 있다. 이마는 솟은 편이다. 대체적으로 용모가 오밀조밀하게 잘
짜여져 있다. 그래서 소음인중에는 미남,미녀가 많다.
  피부는 부드럽고 땀이 많이 나지 않는다. 태음인과는 달리 겨울에도 손발이 잘 트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찬 음식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학질을 앓을 때 오들오들 떨면서 냉수
를 찾는 태음인이나 한겨울에도 찬 음식이나 찬물을 좋아하는 소양인과는 달리 한여름
에도 따뜻한 음식이나 더운 음료수를 잘 찾는다. 찬 것을 먹게 되면 이내 배탈을 일으
키거나 설사를 한다.
  비교적 큰 병에는 잘 걸리지 않는 편이지만, 다른 체질에 비해 잔병이 많다.

      * 한방약의 올바른 복용법
  "당신, 어쩜 그렇게 한약을 잘 달이지? 남들은 약탕관 앞에 꼬박 붙어앉아 있어도
약의 분량을 맞추기 힘들다는데, 당신은 할 일 다하면서도 아버님 약이 분량이 매일같
이 일정하니 말야."
  "뭐, 그정도쯤이야. 아주 간단한 일 아녜요? 약이 타서 쫄아들면 물을 더 부으면 되
구, 약의 분량이 좀 많다 싶으면 따라버리면 되는 건데요, 뭐."
  간혹 TV의 코미디 프로 같은 데에서 나오는, 멍청한 아들과 못된 며느리의 대화 내
용이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약을 달여 본 사람이
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약의 분량 때문에 걱정을 하거나 어떻게 해야 한약을 달 달일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기실 한방약은 양약에 비해 복용법이 까다로운 편이다. 물만 한컵 있으면 되는 양약
과는 달리 한방약은 대부분 정성을 들여 달이고 짠 후에 따뜻할 때 환자에게 복용시켜
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 또한 한사발 가까이 되는 쓴 약을 마시자면 자연 눈살이 찌푸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약을 지어가는 환자나 그 가족 중에는 더러, '어휴, 쓴 한약을 어떻게 먹지
?'혹은 '이제부터 시간 맞춰 약 달이려면 꼼짝 못하게 생겼네'하며 걱정부터 하는 사
람도 있다.
  그러나 한방약은 약 자체의 효능도 중요하지만, 약을 달이는 사람의 정성과 약을 복
용하는 환자의 올바른 복용법도 꼭 필요한 약이다.
  예로부터 '약은 정성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만, 한방약은 약을 달이는 사람의 태도
와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복용법에 따라 약효 또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 예로 부자 같은 약재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약재와 함께 끓여야 독성이 약
해지지만, 너무 오랫동안 끓이면 약효가 떨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약 1~2시간쯤  끓
이는 것이 독성도 제거하면서 약효도 잃지 않는 방법이다.
  한방약은 비록 똑같은 처방에 의해 조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똑같
은 약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약에 쓰인 재료의 건조상태, 품질, 또는 약재에 자
연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여러 가지 함량이 똑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다
좋은 약재를 쓰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한의원이나 신용있는 건재 약방을 통해 구입하
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방약을 달이자면 우선 용기가 필요하게 된다. 옛날에는 주로 곱돌로 된 약탕관을
써왔지만, 지금은 구하기 힘든 만큼 흙으로 구워 만든 질그릇을 많이 쓰고 있다.
  질그릇으로 된 약탕관이 약도 잘 끓고 약 성분도 잘 우러나오며 값도 싸기 때문이
다. 또 질그릇은 비타민 등의 성분이 쇠붙이로 된 그릇보다 덜 파괴되는 장점도 있다
고 한다.
  만일 질그릇으로 된 약탕관이 없을 경우에는 사기 올린 주전자나 알루미늄 냄비 등
을 쓸 수도 있으나, 쇠나 구리로 된 그릇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한방약에 많이 쓰이는 숙지황,인삼 등의 약효가 떨어지고 산화되기 쉬우며, 비타민
등의 약 성분이 파괴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전자 약탕
기의 사용은 무방하다.
  옛날에는 약을 달이기 전 목욕재계하고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하거나 불공을 드린 후
에 약을 달였다. 달일 때에도 약탕관 곁을 거의 떠나지 않았다.
  또한 약을 달이는 데 쓰는 물도 정화수나 상지지수같이 정결하고 그 맛에 특성이 없
는 물을 사용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미신처럼 여겨질지도 모르나, 이것은 약을 달이는 데는 그만큼
정성이 필요하다는 뜻이며, 실제로 한방약을 달이는 데는 정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약
을 달이는 물로 정화수나 상지지수 같은 물을 쓰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깨끗한 약수물
같은 것을 쓰는 것이 좋다.
  수돗물을 쓸 때에는 물을 잠시 받아두었다가 수돗물에서 나온 이물질이 가라 앉은
다음 윗물만 떠서 쓰는 게 좋다.
  약의 분량에 따라 물의 분량도 약간씩 증감될 수 있다. 약재의 조직이 비교적 덜 치
밀하고 견고하지 않은 편인 감기약 같은 것은 보통 약 한첩당 350g 내지 400gdml 물을
넣고, 분량이 약간 많고 약재의 질이 단단한 편인 보약제 같은 약은 500~600g 가량의
물을 넣도록 한다, 그리고 약탕관 속의 약재가 물에 잠기도록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약과 물을 약탕관 속에 넣어 다음에는 종이를 씌워 화기가 약한 불에 서서히 달인
다.
  감기약 이라면 30분 내외, 그 밖의 약은 1~2시간 정도 달이면 된다. 그러나 방향성
약재가 들어 있을 경우에는 너무 오래 달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약이 펄
펄 끓을 때 약이 약탕관 안의 위쪽에 올라붙게 되면 와전한 약효를 얻지 못하게 되므
로 이런 때에는 휘저어 줄 필요가 있다.
  약을 다 끓인 후에는 베헝겊으로 짜게 되는데, 짠 약의 분량은 맨 처음 부은 물 분
량의 약 1/3~1/5 정도 되는 것이 알맞은 양이다.
  약을 마실 때에는 알맞게 더운 상태에서 천천히 마시는 것이 원칙이다.
  만일 약이 식었을 경우에는 다시 덥혀서 마시도록 한다.
  약은 하루에 두 첩을 3회에 걸쳐 마시는 것이 보통이지만, 급성병일 경우에는 하루
에 3~4첩을 쓰기도 한다. 약을 미시는 시간은 식전 1시간, 혹은 식간, 식후 2~3시간쯤
지난 뒤의 공복시가 적당하며, 식후에 곧바로 마시지는 않는다. 위장장해를 염려하여
식후에 보통 복용하게 되는 양약과는 복용시간이 반대인 셈이다, 한방약은 약효가 몸
전체에 골고루 흡수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또, 한방약은 위장에 자극을 줄 염려
가 적기 때문에 흠수가 잘 되는 공복시에 복용하게 되는 것이다.
  감기로 열이 있는 환자는 따끈하면서도 묽은 국이나 국수 국물같은 것을 먹이고 나
서 잠시후에 약을 먹도록 한다. 흔히 약을 미사고 난 뒤에 입맛이 쓰다고 해서 사탕이
나 과자 같은 것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것은 약효를 떨어뜨리는
일이므로 피하는 게 좋다.
  다른 약도 마찬가지겠지만, 한방약는 환자의 체질이나 증세에 다라 약의 복용기간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급성병인 경우에는 적은 양의 약으로도 며칠 내에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간 앓던 만성병은 그만큼 약의 복용 기간도 길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한방약은 환자의 여러 증세와 체질적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조제되
는 약이므로 환자의 어떤 특정한 병뿐만 아니라 다른 잔병, 또는 허약한 내장 기능 등
을 서서히 회복 시키며 치료하는 특징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방약을 복용한 후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하거나 초조
해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달 이상 장기간 복용해도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
나 부작용이 생길 경우 등에는 쓰던 약을 중단하고, 한방의와의 상의를 통해 적적한
약으로 바꿔 써야 한다.
  약이 환자의 체질에 맞지 않거나 환자의 체질과 증세에 맞는 약이라 하더라도 일시
적으로 설사나 중독현상, 복통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환자 자신이 한방의가 처방해 준 약 이외에 임의로 다른 약재를 구입하여 먹
거나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잘못 먹고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비위의 기능이 허약하고 냉한 소음인이 냉면,맥주,냉음료 같은 찬 음식
을 잘못 먹거나, 비위에 항상 열이 있는 소양인이 그의 체질에 맞지 않는 인삼, 꿀 따
위를 잘못 먹거나, 체질적으로 혈압이 높은 편이고 심장이 기능이 약한 태음인이 달걀
이나 기름진 음식을 잘못 먹는 경우 등이 이에 속한다.
  또 환자가 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정신적, 육체적 과로, 과도한 성생활, 폭음폭
식, 무절제한 생활, 신경과민, 분노, 음주, 흡연 등을 하거나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
고 약을 자주 바꿔 쓰는 경우에도 병의 치료가 더디게 되는 만큼 환자는 약을 올바를
방법으로 복용하는 한편 의사의 지시에도 절대 따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