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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술이란?

1. 술의 효용

  옛말에 술은 잘 마시면 천하보약이지만 과음하면 독주가 된다고 했다. 또
(술은 비와 같다. 옥토에 내리면 꽃을 피우지만 진흙 속에 내리면 진흙을
더 더럽게 한다)는 속담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렇게 독주가 될 수도 있는 술을 무엇때문에 마시는가
그리고 왜 이렇게 나쁜 것을 자꾸 만들어 내는 것일까?
  쾌락을 위하여? 낭만을 즐기기 위해? 아니면 그저 취하기 위해서인가?
그러나 술이란 이렇게 하나의 단어로 꼭 집어 말하기 어려운 어떤 마력같은
게 숨어 있는 것 같다. 필요악이라고나 할까?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이 술과 연관되어 있다고 말하면 조금 지나친
표현이 될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술이 우리 인간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며 술을 제외하고서는 이야기를 할 수조차 없는 것들도 많이 있다.
술이 없는 문학, 술이 없는 예술, 술이 없는 정치외교 그리고 역사 이런
것은 애초에 언급할 수도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술에 의해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자. 즉
고구려를 세운 동명성왕의 건국기에 보면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하백의
딸들을 연모한 나머지 그들을 초대하여 술을 대접하여 만취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해모수에게 잡힌 유화는 그와 결혼하여 주몽을
낳았으니 그가 바로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인 것이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술로써 그 큰 줄기의 흐름이 바뀐 예가
허다하다.
  문학은 또 어떤가. 세계적인 문호나 시성들이 대개 술을 즐기며 술로써
한층 더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술에 취해 물속의 달을
보고 뛰어 들었다는 중국의 시성 이태백, 삼천리 방방곡곡을 걸망 하나
들쳐 메고 술을 벗삼아 주유하며 주옥같은 시를 지어 내었던 감삿갓은 물론
여기서 다 헤아릴 수도 없는 위대한 문인들이 많이 있다.
  이외에도 훌륭한 음악가, 미술가, 정치가들이 배출되기까지 술의 역할은
참으로 지대했다. 그래서 로마의 정치가며 웅변가인 키케로는 (술이 없으면
낭만이 없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사리를 분별할 수 없다)고까지 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술의 가장 큰 단점은 이러한 긍정적인 면을 아무리
부각시킨다 해도 그 비중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가 (술은 사람을 방약무인하게 만드는
악마)라고 한 것은 술의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알콜은 몸속으로 들어가면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이성을 잃게 만든다.
그리하여 온갖 타락과 방종의 시원(始源)을 이루어 악행과 범죄를 빚어내게
된다. 물론 술이 모든 사람에게 다 이처럼 악마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며
또 그러한 범죄들이 꼭 이 술 탓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술이 사람들의 굳어진 감정의 응어리를 풀게 해 주고 숨겨진
열등감을 폭발시키는 묘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악마와 같다. 걷잡을 수 없으므로.
  또한 술은 인간의 신체를 병들게 하는 주원인이 된다. 잦은 음주는
인체내의 기관들을 무리하게 만들고 각종 세균들이 이 쇠약해진 기관들을
침범하게 된다.
  우리나라 40대 남자들의 사망 원인중 제1위가 위암이고 그 다음이
간암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 질병의 원인 중에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술인 것이다.
  만병의 근원이며 사망의 직접원인이 되기도 하는 이 술. 그러나 이는
모두 술을 잘못 마신 탓이다. 우리나라의 100세를 넘긴 장수노인 중에 반
이상이 술을 잘 마신다는 사실은 단명이 술과 직결된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쉬운 반증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술을 잘 마시는
것일까? 어떻게 마시면 천하보약이 되어 장수를 누릴 수도 있을까?
  우리는 여기에 대해 이미 여러 가지 답이 제시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공복에 마시지 않는다거나 과음이나 폭주를 하지 않는다거나
안주없이 마구 마시지 않는다거나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해답들을 익히
들어 왔을 것이다. 때문에 여기서 또다시 그런 것을 부연하기 보다는 술을
끊지 않고 꾸준히 먹으면서도 몸에 약이 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술이 다만 병을 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병을 고쳐 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어찌보면 다분히 역설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약술이란

  약이 되는 술, 즉 약술이란 글자 그대로 약이 되게끔 만든 술이다.
때문에 일반 술과는 그 제조법에서부터 마시는 법에 이르기까지 달리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필자가 약술 하나하나마다 그 성분이나 효능에 대한 의학적인
설명을 확실히 할 길은 없다. 필자는 의사도 약사도 그렇다고 학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술이 반드시 어떤 병에 치료제가 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술을 마시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단지 어떤 병에 어떤 술을 만들어 먹고 치료된 경험이 여럿 있고, 적어도
그 술로 인한 부작용이나 해독이 없으며 약간의 도움이라도 됐었던 것을
모아 놓았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여기에 밝히는 약술은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차원이 아니라
그저 민간요법 차원의 경험담을 엮은 것이다. 믿든 안믿든 지방마다
구전으로 전해져 온 것들, 여러 사람이 효과를 본 처방들을 필자가
직간접으로 체험하여 효과가 입증된 것들만을 간추려 놓은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체질이 다르므로 그 효과에 있어서도 똑같을 수는
없다. 완치가 되는 사람, 조금 효과가 있는 사람, 또는 전혀 듣지 않는
사람 등등 여러가지이겠지만 내게 효과가 없다고 하여 무시하고 천시해
버리면 안된다. 인삼이 나한테 효과가 없다고 인삼 자체가 쓸모없는 약재는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병은 마음에 달렸다고 하는 말이 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는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여 먹으면 무엇이든 약이 되지 않으랴.

    3. 술의 종류
  술의 종류는 크게 양조주, 증류주, 혼성주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양조주
  곡식류나 과일 등을 재료로 이용하여 자연 그대로 발효시킨 술을 말한다.
여기에는 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맥주 등이 포함된다.
  탁주란 곡류, 즉 전분을 함유하고 있는 재료를 가지고 발효시킨 것으로
여과하지 않고 그대로 만든 것을 말하며 알콜도수는 6  8도이다.
  약주란 찹쌀이나 멥쌀을 제외한 기타 곡류로서 발효시킨 것을 여과하여
만든 술로 탁주가 거친 술이라면 약주는 맑고 깨끗하게 거른 술이다.
주도는 탁주보다 훨씬 높은 16도 이상이다. 때문에 약주는 오래 저장할
수가 있다.
  맥주는 보리의 맥아를 원료로 여기에 호프와 다른 곡류를 혼합하여
발효시킨 것으로 주도는 4도이다.
  과실주란 우리가 집에서 흔히 담가 먹고 있는 바와 같이 과실과 물, 설탕
등을 재료로 발효시킨 술로서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각양각색으로 즐길 수
있다.

  (2) 증류주
  각종 재료를 이용하여 발효시킨 술을 다시 증류시켜 만든 술로서 소주나
위스키, 배갈, 기타 양주 등이 포함된다.
  소주란 곡식류를 발효시켜 얻은 탁주를 소주고리나 기타 연속식
증류법으로 증류시켜 나온 술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소주는 이런 증류식 소주가 아니라 희석식 소주로 여러 가지
화학재료로 만든 높은 주정의 알콜에다 물을 섞어 희석시킨 것이다.
  1991년에 들어와 주류 제조 금지 조치가 해제되어 앞으로 맛좋은 증류식
소주의 맛을 볼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 곡류를 원료로 발효시킨 술을
증류시켜 나무통에 넣어 저장한 것을 위스키라 하며 과실을 재료로 위와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면 브랜디라고 한다.
  그외에 배갈 즉 고량주란 수수나 옥수수 등을 원료로 발효시켜 증류한
것에다 향미 식물료를 첨가시킨 것을 말하며 주도는 40도 이상이나 되는
독한 술이다.

  (3) 혼성주, 재제주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넣고 인공적으로 발효시킨 술, 또는 주류 1종에
다른 주류나 재료들을 혼합하여 만든 술로서 합성 청주, 포도주, 합성
맥주, 인삼주, 기타 재제주 등이 있다. 인삼 추출액을 섞어 만든 리큐르가
대표적인 술이다.

  (4) 약술에 이용되는 술
  약술을 담글 때는 양조주나 증류주, 또는 혼성주를 모두 이용하여 담글
수 있다.
  양조주 즉 탁주를 빚을 때 약재를 가미하여 발효시켜도 되고, 여러 가지
약재를 인공으로 섞어 발효시켜 약효를 얻어 내는 방법도 있으며 약재를
증류주에 담가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약효를 얻는 방법도 있다.
  이 중에 어떤 방법을 이용할 것인가는 질병의 증세를 보아 선택할 수
있다. 즉 병세가 급박하여 빨리 먹어야 할 때는 양조주나 혼성주를
이용하여 담그고 그렇게 급히 먹을 것이 아니라면 증류주에 담가 오래
저장해 두었다 먹는 것이 좋다.
  이렇게 혼성주나 양조주를 이용해서 만들어 먹으면 속성으로 먹을 수
있는 잇점이 있는 반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야 하므로 조금만 필요할
경우에 불편한 점이 있다. 이에 대해 증류주를 이용해 담그면 숙성기간이
오래 걸리긴 하나 조금씩 필요한 만큼만 담가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탁주는 꽃, 건피, 과실 등을 모두 이용하여 빚을 수 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담그는 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알코올 도수는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각 지방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방법대로 술을 빚으면 된다. 어떻게 담그든
간에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약의 약효가 침출되어 나오는 것이니 굳이
제조방법을 통일시킬 필요는 없다.
  다만 필자가 소개하는 내용 중에 (막걸리(농주)에 담가 먹는 법이
있다)고 하는 대목은 준비한 생약재를 술밥에 같이 섞어 넣는것을 말한다.
술밥이라 함은 지에밥을 말함이요, 지에밥은 곧 고두밥이다. 그리고 누룩을
띄울 때는 넣고자 하는 생약의  나무뿌리를 삶아 그 물로 띄우고 또
용수도 이 물을 이용해서 술을 담그면 더욱 좋은 약효가 난다.
  누룩은 대개 통밀을 깨끗이 씻어 말려서 곱게 갈아 만들기도 하고 통밀을
거칠게 찧어 만드는 방법, 밀가루를 약간 제거하고 만드는 법, 밀기울로만
만드는 법 등이 있다. 그러나 시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적당히
곰팡이가 난 것을 사서 담그면 된다.
  탁주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 삼해주나 유화주, 약산춘이라는 술은 흰
무리떡을 쪄서 담는다. 또, 하향주나 일년주 같은 종류는 쌀가루를 물로
반죽해서 떡모양으로 빚어 삶아 담는다. 또 청명주, 벽향주, 사철주같은
종류는 죽을 쑤어 담기도 하는데 보통 약재를 이용할 수 있고 빨리 먹을 수
있도록 일반화된 술은 동동주나 농주, 청주, 생약주 등으로 가장 만들기
쉽고 빨리 먹을 수 있으며 실패가 없다. 따라서 필자가 여기에 밝히는
농주나 탁주에 가미하는 약술은 지에밥을 사용하는 일반화된 농주다.
  시일이 임박하여(급하여) 빠른 시일안에 먹을 수 있는 술로 속성주, 또는
삼일주가 있다. 특별히 제조방법을 적어 본다.
  우선 우물물 한 말을 펄펄 끓여 식힌다. 여기에 누룩가루 4되(조금
독하게 할려면 4.5되)를 넣어 하룻밤 정도 재워둔다. 쌀 한 말을 깨끗이
씻어 시루에 푹 찐다. 이 과정에서 약재를 넣어 찌는 수도 있고 약재 달인
물을 솥에 붓고 김을 쐬이기도 하면서 술밥을 찐다. 멍석을 깔아 놓고
술밥을 펴서 완전히 식힌다음 물에 담가둔 누룩을 채로 걸러 건더기는
건져버리고 우러난 물을 술밥에 섞어 빚는다.
  이렇게 하여 독에 담가 밀봉해 두면 3  5일 안에 술이 익는다. 이때 질이
좋은 술을 한 사발 부으면 술맛이 더욱 좋고 빨리 익는다. 약술을 만들고자
할 때는 우물물을 끓일 때 준비한 약재를 넣어 끓여 식혀서 쓴다. 또
술밥(지에밥)에 약재를 같이 넣고 찌든가 섞어 담기도 한다.

    4. 약술을 잘 담그려면

  (1) 재료의 선택과 구입방법
  재료는 우선 상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신선한 것을 고른다. 건조품으로
담글 때는 부패되었거나 곰팡이가 나지 않은 것으로 선택한다.
  초근목피는 원래 본인이 스스로 구해서 담그는 것이 원칙이나
초심자로서는 진품을 구분하기가 힘들므로 한약상가나 전문가에게 문의하여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비슷한 모양의 독초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약재 건재상에는 계절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약재가 준비되어
있으며 가격도 비싸지 않고 믿을 수 있으니 웬만하면 이런 곳에서 구하는
것이 좋다.
  재료선택에 있어 보다 세부적인 사항과 손질법은 아래와 같다.
  #1 뿌리 부분을 이용하려면
  동쪽으로 뻗은 뿌리의 껍질을 취한다. 뿌리 중에 가장 약성이 강한
부분이며 기의 생기가 모여 있다. 신선한 것을 채취하여 물에
깨끗이 씻어 겉 껍질을 갉아 버리고 다시 껍질을 벗긴 후에 속 나무 심은
버린다. 잔뿌리 쪽이 더욱 좋다.
  #2 과일을 이용하려면
  과일은 신선하고 조금 덜 익은 미숙과를 사용해야 산미가
강하고 약효가 높으며 오래 보존할 수 있고 부패하지 않는다.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통째로 쓰거나 썰어서 쓰려면 죽도나 그밖의 쇠칼이 아닌
것을 사용하여 썰어 담근다. 과육은 쇠붙이가 닿으면 성분이 변하여 약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3 꽃을 이용하려면
  꽃은 개화 직후 반쯤 피었을 때가 좋으며 만개된 것은 꽃잎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좋지 않다. 이렇게 만개되기 전의 것을 꽃봉우리째
따다가 담는 것이 좋다.
  #4 전초를 이용할 경우
  병든 잎이나 단풍이 들은 것은 좋지 않으므로 잎이 푸를 때 채취하여
사용한다. 반쯤 말려서 사용해야 할 것은 음지에서 말려야 하며
생것을 이용할 때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후 되도록이면 쇠붙이 칼로
썰지 말고 플라스틱 칼로 썰어야 한다.
  #5 한약재나 건재품을 이용할 경우
  신용있는 한의원이나 한약건재상에서 믿고 구입하여 사용하면 좋다.
한약건재상을 이용하면 사시사철 담글 수가 있어 편리하다.

  (2) 약술에 사용하는 술의 도수
  증류주를 이용하여 약술을 담그려면 주도가 최소한 35도 이상 되어야
한다. 일반 가정에서 술을 담글 때는 대개 25도짜리 소주를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약술을 만들 때는 이렇게 담그면 안된다.
  왜냐하면 도수가 낮은 술로 담그면 약재료가 부패해서 약의 효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약술에 쓰는 술은 45도짜리 배갈이나 위스키 등
양주를 이용해야 한다.
  약의 성분이 가장 잘 침출되는 알콜의 도수는 60도에서 70도
정도이다. 양조주나 혼성주로 담글 때는 술의 재료가 균형을 이루고
보존장소나 상태가 적당하면 대체로 40도 이상의 전액을 얻을 수 있다.
양조장에서 직접 탁주의 원액을 얻어다 담그면 아주 좋다.

  (3) 당분을 첨가하는 방법
  일반 술을 담글 때나 포도주를 담그려면 당분을 첨가하여 담그지만
약술을 만들려면 당분을 가미하지 않는다. 만약 당분이 들어가게 되면 오래
보존하기 힘들고 부패하기 쉬우며 약효가 줄어 들거니와 두통이나 체질의
산성화 등의 다른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다.
  그러나 특정의 몇몇 약술에는 당분이 들어가야 하는 것도 있다. 이럴 때
우리는 대개 흰설탕을 쓰는 것이 보통인데 흰설탕은 비타민 C를 파괴시키고
우리 몸을 산성화시킨다고 한다. 때문에 흰설탕보다는 흑설탕이 좋은데
흑설탕을 넣으면 술의 색깔이 제대로 나지 않고 흑설탕의 독특한 냄새로
인해 약술의 제 맛을 낼 수가 없다.
  따라서 굳이 당분을 첨가하고자 하면 꿀을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양봉보다 토종꿀이 더욱 좋다고 한다. 꿀보다 더 좋은 것이 포도당이다.
이는 영양보충도 되고 단맛도 내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어 좋다. 외국에는
포도당이 제품으로 생산되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이용하여 많이
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보급되어 있지 못하므로 꿀을 넣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4) 보존방법과 기간
  우선 술을 담그는 용기는 유리제품보다는 질그릇 종류의 항아리나 독이
좋다. 유리병에 담그면 색깔을 볼 수 있어 좋지만 직사광선이나 밝은 빛이
직접 닿게 되면 그릇 속의 재료가 빨리 산화되어 색깔이 변하고 향과 맛이
변해 버린다고 한다. 또 온도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술이 제대로
숙성되지 못한다. 쇠그릇이나 플라스틱 제품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질그릇이 없어 굳이 유리병에 담가야 할 때는 그릇의 겉면을 검은
천으로 감싸서 어두운 곳에 두어야 한다. 또 한번 사용했던 그릇은 불에
그을려 소독해야 하며(볏짚을 태운 불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끓는 물을
부어 2  3일간 우려낸 뒤 완전히 건조시켜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질그릇에 담근 술은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 특히
어린이나 손님들의 왕래가 없는 곳에 두어야 한다. 이는 부정타는 것을
방지한다는 민간신앙에서 나온 얘기인 것 같기도 하지만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 두면 잘못하여 깨뜨릴 우려도 있고 도난당하거나 술이 채 익기도
전에 개봉하게 되는 수가 많기 때문이리라.
  그러므로 술독은 반드시 냉암소나 지하실 또는 땅속에 묻어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시골은 장소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요즘
도회지에서는 곤란한 점이 많으므로 적당히 어두우며 공기가 잘 통하는
서늘한 곳이면 보관해 두고 눈에 띄지 않게 잘 가려 두면 되겠다.
  땅속에 묻을 경우에는 독의 뚜껑이 땅 표면에서 3자 아래까지 내려가도록
하며 만약 이만큼 깊이 파지 못했을 경우에는 독 위로 흙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 이때 땅 위로 5자 이상의 흙무덤을 만들어 준다. 왜냐하면 이렇게
해야 춥거나 더운 날씨의 변화를 덜 받게 되기 때문이다.
  묻는 장소도 화장실 옆이나 하수구, 동물의 우리 옆은 피해야 하며 가장
좋은 곳은 술의 재료와 같은 나무의 아랫쪽에 묻는 것이다. 묻고 난 뒤
흙무덤의 정중앙에 팻말을 박고 술의 이름과 재료, 제조연월일, 개봉날짜
등을 기록해 두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실수없이 술을 꺼낼 수가 있는
것이다.
  약술의 보존기간은 되도록 길면 좋다. 진공상태로 밀봉하여 적어도 1년
이상 3년 정도 되어야 충분히 약효가 나게 된다.
  구체적으로 들어 보면 탁주 종류의 양조주로 담그면 3일  7일이면 먹을
수는 있다. 또 증류주로 담글 경우 꽃을 이용해서 담근 술은 빠르면
1개월부터 3개월 사이에 먹을 수 있고 과일을 이용한 것은 2  3개월 사이에
먹을 수 있으며 뿌리나 전초로 담근 것은 6개월에서 1년 어떤 것은 3년 5년
되어야 먹을 수 있다. 물론 예외적으로 인분을 이용한 술 같은 것은 24시간
후면 바로 먹을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개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야
먹을 수 있다.

  (5) 마지막 손질과 마시는 방법
  재료의 비율을 잘 맞춰 술을 담갔으면 공기가 새지 않도록 완전히
밀봉해야 한다. 뚜껑을 꼭 닫은 뒤 비닐로 싸매거나 양초땜을 하는 방법도
매우 좋다.
  술독을 보관할 장소를 정하고 옮겨 놓고 나면 술이 완숙될 때까지 용기를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머루주 같이 개스가 많이 발생되는 술은 용기에
충격을 가하면 용기가 폭발해 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용기 겉면에다 제조연월일, 약재명, 보존기간 등을 기재해 두면 아주
편리하다. 술이 완숙되어 먹을 때가 되면 개봉하여 건더기는 건져 버린 뒤
잘 걸러 목이 가는 병에 보관해 두고 조금씩 마시도록 한다.
  약술은 한번에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니다. 약을 먹듯이 조금씩 시간을
지켜 복용해야 하며 되도록 세 끼니 식전에 마시는 것이 좋다. 치료방법에
따라 만취하도록 먹는 것도 있지만 대개 한두 잔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약술은 대개 약효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므로 성급히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장복해야 한다. 끈기와 믿음으로 오래 먹다 보면 병이 스스로
없어진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