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뱀도 발이 있어?"
"이 녀석아, 뱀이 무슨 발이 있어!"
"그럼, 사족(蛇足)이란 말은 뭐야?"
"그건.... 뱀의 발이라는 뜻이지...."
"에이, 삼촌은 엉터리야! 뱀은 발이 없다면서?"
엉뚱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엉뚱이 삼촌은 당황했어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햐, 이 녀석이 삼촌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네...."
엉뚱이 삼촌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을 이었어요.
"사족이란 뱀의 발이란 말이긴 하지만 그 뜻은 쓸데없이 엉뚱한 일을 하
다 낭패를 본다는 거야."
"왜 그런 말이 생겼어?"
엉뚱이의 질문이 계속되자 엉뚱이의 삼촌은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잘 들어 봐! 옛날 초나라 때 어느 집에 잔치가 벌어졌는데 마침 귀한
술 한 병이 손님들 상에 나왔대. 손님이 여러 명이라 한 병을 나눠 마시자
니 술이 너무 부족했지. 그래서 땅바닥에 뱀을 가장 먼저 그린 사람 혼자
서 술을 마시기로 했어. 술은 적고 사람은 많으니 어쩔 수 없었던 거지."
"나도 뱀은 잘 그리는데...."
"조용히 하고 듣기나 해! 그래서 사람들은 내기를 시작했지. 손님 중에
그림 솜씨가 뛰어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가장 빨리 뱀을 그렸어.
주위를 살펴보니 다른 사람은 반도 채 그리지 못했던 거야. 그래서 그 사
람은 자기 솜씨를 뽐내고 싶어 멋지게 네 개의 발도 그려 넣었지."
"히히.... 삼촌 그 사람 정말 엉뚱하다 그치?"
"인석이 조용히 하라니까! 그리고 나서 그 사람은 어깨에 힘을 주고 그
림을 쳐들었어. '이제 술은 내 것이오.' 하면서 말이야. 그 사람이 술병을
들고 막 마시려는 순간 두 번째로 빨리 그린 사람이 나서서 술병을 가로챘
어. 그리고는 말했지."
"뭐라고...?"
"'아니, 이게 무슨 뱀의 그림이오? 뱀이 발이 어디 있소? 이건 뱀이 아니
니 이 술은 내 거요.' 결국 그는 찍소리도 못 하고 고스란히 술병을 빼앗기
고 말았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채 말야.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하는 사람을 보고 사족을 단다고...."
"삼촌, 그 사람 정말 멍청하다. 히히...."
엉뚱이가 낄낄대며 웃자 삼촌이 한 마디 했어요.
"이 녀석, 제가 한 일은 모르고.... 지난번에 너 자연 숙제한 거 보니까
개구리 꼬리를 그렸던데 뭐. 으이구, 그래 놓고도 웃음이 나오냐?"
순간 엉뚱이는 뜨끔했어요. 사족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자기가 사족을
달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거지요.